We are killed purung purung.
"후우..."
푸룽푸룽은 움직임을 멈췄고,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괜찮아?"
"괜찮아. 감염자 처음 봤을 때 이미 머리 찍어봤어."
"그래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혹시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그래 고마워."
물론 감염자를 처음 죽였을때는 나도 제정신이 아니던 상황 이였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피와 내장이 튀기는 학교의 내부는 지옥에 가까운 모습 이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나은 상황이다.
"나는 괜찮으니까. 빨리 3층으로 내려가자. 제임스가 감염된 걸 보면, 아래층에도 감염자가 있을 지도 몰라."
"그래. 알았어. 조심해."
통조림을 들어야 하는 제이크는 뒤에 서고, 내가 도끼를 들기로 했다.
"혹시 위험하면, 통조림은 그냥 내던지고 바로 도망가. 만약 뒤에서 감염자가 나타나면 통조림으로 후려갈겨."
"알아 알아. 너나 조심해. 너가 제일 위험해."
조용히 지하 3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모두들 무사히 숨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파앗!
"...아 시발. 진짜..."
"불이 나갔네."
어째서 인지 모르지만 갑작스레 전등들이 일순에 꺼졌다.
"발전기 쪽에 문제가 있나봐."
"젠장. 왜 하필 오늘이지? 제이크, 손전등 있지?"
"잠깐만...좋아. 자 여기."
작은 휴대용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지하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거 배터리 얼마만큼 남은 거야?"
"몰라."
"시발...지금부터 나 말 못해.
그리고 나는 손전등을 입에 물었다. 도끼를 빠르게 휘두르기 위해서는 양 손을 사용해야 한다.
부디 손전등에 배터리가 많이 남았길.
저벅 저벅.
그르르르릉...
저 멀리에서 가래가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들어 제이크를 쳐다봤다.
제이크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들었어?'
'들었어."
감염자 특유의 소리다.
제이크와 눈으로 대화를 한 후 언제든 도끼를 휘두를 수 있도록 주의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의무실은 지하 3층 중 가장 가까운 위치다. 그렇기에 내려간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의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참고로 저 뒤로 정화조나 발전기, 창고 등이 있다.
용캐도 의무실 문을 닫았구나 싶을 정도로 두꺼운 철로 이루어진 의무실 문은 단순한 노크로는 소리가 전혀 전달되지 않을거 같다.
도끼로 강하게 문을 세번 두드렸다.
캉, 캉, 캉,
규칙적인 박자의 노크, 이걸로 우리가 감염자가 아님을 알 수 있겠지.
그렇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안쪽까지 소리가 닿지 않은 듯 해보였다.
"오 젠장. 소리를 내도 괜찮은거야? 감염자들이 올지도 몰라."
"...."
"반응이 없네. 안에 없는 건지도 몰라. 창고 쪽으로 가보는 게 좋을까?"
"..."
"레이?"
나는 입에 있는 손전등을 꺼내 답했다.
"좀 기다려봐."
그리고 다시 의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캉, 캉, 캉,
아까보다 더 강하게.
"오 젠장. 레이 진짜 괜찮은 거야? 나 지랄맞게 무서운데. 감염자가 올꺼라고."
"...좋은 생각이야. 일단 감염자부터 처리하자. 그리고 존나게 쎄게 내려치자고."
"뭐? 제정신이야?"
"물론이지. 감염자부터 처리하자고, 습격 당하기 전에 먼저 습격 하는 거야."
"...오 젠장. 그래 네가 맞겠지. 이번에는 내가 앞장설게."
제이크는 통조림들을 의무실 바로 앞에 놓아두고, 내 앞으로 이동했다.
"도끼 필요해?"
"아니, 난 이것 좀 쓸게."
그는 내 허리 춤에 달려있는 고기 망치를 꺼냈다.
"고기 망치?"
"손전등 줘봐. 빨리 움직이자. 무서워 죽겠어."
그는 왼손에 손전등을 들고, 오른손에 고기 망치를 든 채 앞장섰다.
"무섭다면서 감염자들 머리에 망치를 찍을 생각을 하다니."
"닥쳐. 뒤에서 감염자가 따라오면 젠장 맞게 무섭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덩치는 나보다 큰 새끼가 겁은 더럽게 많아. 아무튼 머리에 정확하게 찍어."
"그래."
의무실의 내부는 의외로 크다.
의무실 내부에는 의무실 로비가 있고, 그 안에 진료실 외에 병실이 3개나 더 있는 구조다.
위스퍼와 스틸버그가 그 병실에 들어가 병실 문까지 닫았다면, 의무실의 문을 작게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바깥에 초인종이라도 달려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그런데, 의무실에 다른 사람도 있지 않았어?"
"글쎄, 우리가 의무실에서 나왔을 때는 확인 안 했어. 다들 생존자들 만나러 갔겠거니 생각했거든. 우리는 늦게 출발했고 서두르느라 다른 병실을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었어."
의무실에 위스퍼와 스틸버그 말고도 다른 사람이 숨어 있다면 좋을텐데... 상황이 좋지가 않다.
믿고 있었던 제임스가 벌써 감염이 되어있었고, 방공호를 나가기 위해서는 수십이나 되는 감염자들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겠지.
수십 이상의 감염자들이 피부가 벗겨지고, 내장을 질질 끌며 여기저기가 부풀어오른 그런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괴음을 내며 미친듯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소름 끼치게 무섭다.
감염자가 드글거리는 방공호를 어떻게 탈출해야 할 지를 고민하던 차에 제이크가 말을 걸어왔다.
"좋아 집중해. 여기부터는 길을 몰라."
"...아 그래. 조심하도록 해."
"물론이지."
기분 탓인가 주변의 어둠이 더욱 짙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둠이 우리들의 목덜미를 옭아매는 듯했다.
지하 3층에 창고와 발전기같은 방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지간해서 이곳까지 올 일이 없다.
나도 의무실 바로 옆에 있는 창고까지는 와봤지만, 그 이상은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레이, 창고는 자물쇠로 잠겨있는데 이거 어떻게 들어간거야?"
제이크가 창고 문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질문했다. 창고의 문은 다른 곳과 다르게 두터운 방공호 철문이 아닌, 겉으로 보기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금속 문이였다. 다만 문 손잡에 쪽에 두꺼운 주먹만한 자물쇠가 매달려있었다.
"당연히 자물쇠를 해정했지."
"해정?"
"열쇠없이 클립같은 걸로 락픽했다고."
"...그게 가능해?"
"쉬운 일은 아니야. 저 자물쇠가 오래된 녀석이고, 크기가 커서 가능했어."
"별 특이한 걸 배우고 있네.."
"그렇지 뭐. 그러고 보니 위에 1층 상황은 어떤 것 같아?"
어깨를 으슥이며 대충 대화를 넘겼다.
어떤 영화에서 본 클립 하나로 모든 자물쇠를 따버리는 그 모습이 멋있다는 이유로 한때 중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 하루 십몇시간을 자물쇠 따는데 소모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부끄러운 추억 이였다.
"1층? 난리겠지?"
"큰일이야. 우리가 방공호를 나가기 위해서는 스퀘어를 지나가야 할 테니까."
1층은 주거구역이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방이 그렇게 많지도, 크지도 않은 곳이다.
별 특징 없이 그저 다수의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
방이라고 해도 두꺼운 커튼이 달려있는 것이 전부다.
사실상 1층은 전부 한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딘가에 총이 있지 않을까? 레이, 혹시 총은 쏠 줄 몰라?"
"몰라. 난 아직 군대 갈 나이가 아니야."
"아 맞아. 너희 나라에 성인 남성은 전부 군인이라는게 사실이야?"
"사실이야. 20살 이상이면 모두 살인 기술을 배운 암살자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들은 총은 물론 사용할 줄 알고, 박격포나 탱크를 광장에 가져다 놓으면 광장을 지나가던 평범한 민간인 상태에서 바로 지휘체계가 잡힌 군대를 만들 수 있지."
"존나게 멋지네."
시덥지 않은 대화를 하면서 제이크와 나는 긴장을 풀었다.
어둠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끔찍한 가래 끓는 소리는 소름이 돋았지만, 익숙해져야 했다.
우리가 방공호를 겨우 나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외부의 군대가 있는 곳으로. 안전 지역으로 탈출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제이크와 시시덕거리고 있지만 언제 제이크를 혹은 스티브를, 위스퍼를 잃게 될지 모른다.
아니면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긴장은 하면서 중요한 순간 몸이 얼지 않도록 익숙할 필요가 있었다.
그르르르르....
"쉬잇..이 근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워낙 보폭을 작게 하고 주변을 신경쓰며 걷느라 엄청 느리게 움직인 것 같은데 벌써 발전기실이 바로 앞이다.
소근거리는 크기의 목소리로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감염자가 발전기실에 들어있는 것 같지?"
"갑자기 전기가 나간 이유가 그것과 연관이 있을까?"
"아마도. 무슨 방공호가 비상용 발전기도 없는거지...이해할 수가 없네."
"높으신 분들의 세금 문제겠지."
"그래그래. 이제 더 긴장하고, 감염자의 머리를 찍을 준비를 해. 절대 멈칫하면 안되."
"알았어 알았어. 자 가자."
꿀꺽.
우리 둘은 침음을 삼키고, 발전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르르르르르...
제이크는 고기 망치를 든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불빛을 비추었을 때 보인 것은 인간이라기에는 상당히 길죽한 무언가였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다른 글은 더 길게 적어 버릇 해야지.
번역가라도 있으면 좋겠다.
일러스트도 그려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