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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3% GENIOLINEADESANGRE / Chapter 22: 22

章節 22: 22

* * *

팀장은 보통 얌생이가 아니었다. 클레이모어가 터지는 순간, 내 뒤로 쏙 숨었다.

경사로였으니, 내 뒤에 숨는 것만으로 그는 폭격 범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내 팔뚝에는 쇠 구슬이 몇 개 구멍을 만들었는데, 팀장은 멀쩡했다.

"지혈 잘해라. 피 흘려서 쟤들한테 잡히면 안 구할 거다."

안 그래도 팔뚝을 눌러 피를 멎게 했다. 불멸자의 재생력은 체력과 비례한다. 거기에 넓은 상처가 아니라 좁은 상처는 회복에 더 유리할 뿐.

여전히 적당한 긴장감이 전신을 감쌌다.

팀장이 얌생이든, 잔소리를 퍼붓든.

상관없었다.

고양된 감정, 평온을 가장한 흥분.

모든 것을 담아 눈앞에 있는 적을 바라봤다.

"가라, 뼝아리."

얌생이 팀장이 말했다.

툭툭, 가볍게 땅을 박차며 앞으로 뛰었다.

세 명의 총구가 날 향했다. 노리쇠가 전진 후퇴를 거듭하고 공이가 뇌관을 때린다. 화약이 담긴 탄에서 총알만이 불꽃과 함께 뿜어져 나와 날아온다.

총알은 어떻게 피하는가.

사선에 서 있지 않으면 된다.

그 사선은 어떻게 보는가.

총구에서 일직선이다.

무수히 많은 선이, 허공에 그려지고 그 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선다.

총기 격발음이 시끄럽게 귓가를 때렸다.

난 총알을 피하며 들고 있는 기관단총을 들어 단발로 쐈다.

탕, 탕, 탕.

내가 쏜 세 발의 탄은 상대의 오른쪽 어깨 위를 때렸다.

방탄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충격은 남는다. 그 충격을 견디려면 최소 변신족 정도의 튼튼한 몸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용병.

이 사회에서 도태된 하이에나.

혼혈 그중에서도 반을 이으면 하프라고 하고 그보다 더 옅게 피를 이으면 쿼터라고 한다.

하프나 쿼터라고 무조건 도태되진 않는다. 일반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가진 바 재능이 남달라 혈통의 힘을 뛰어넘는 일도 있다.

사수 또한 특수종이 아닌 비약 인간의 힘으로 불멸특수대의 일원이 됐으니까.

그래도 이들은 아니다.

셋 중 둘의 눈이 흐릿하게 변한다.

용병 중에는 어설픈 변신족 혼혈이 많다고 했다.

과거, 본능을 추스르지 못한 변신족의 사회 문제가 대두됐을 때 태어난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불쌍한가? 동정해야 할까?

아니, 꼭 그렇진 않았다.

약강강약,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습성으로 이제까지 살아남았겠지.

그럼 이들에게 내릴 벌은 무엇인가.

인베이더가 판치는 세상에서 미약한 힘이라도 제대로 쓰지 못한 이들에게 내릴 벌.

어깨를 맞은 놈 중 하나는 다시 총을 들지 못했지만, 나머지 둘은 총구를 들었다.

혼혈 불멸 하나에 변신 둘.

셋 다 쿼터 이하.

머리는 자연히 정보를 취합하고 합리적인 방식의 전투 형태를 그렸다.

아니, 저 뒤에 용병 무리가 더 있다.

이왕 정면 돌파, 싸울 거라면.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 줌이 옳을 것이다.

기관단총을 손에서 놓고 4번 타자를 뽑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소드 오프 샷건.

하지만 통짜 아다만티움으로 만들고, 탄피도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괴물 같은 완력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총.

꺼내고 툭툭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보다 정확도가 떨어진 사격이다. 피하는 건 더 쉬웠다.

대략 열 걸음 안쪽까지 자리 잡은 뒤, 4번 타자를 겨눴다.

산탄총이라고 했으니 피격 범위는 더 넓을 것이다.

쏘자, 저 세 명의 전신에 피 구멍을 만들자. 방아쇠를 당겼다.

꽈-앙.

얼굴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진 줄 알았다.

방아쇠를 당긴 것과 동시에 오른쪽 고막이 찢어진 것 같았고.

어깨가 뒤로 빠지며 팔뚝 뼈에 금이 갔다. 무리한 반탄력을 잡은 대가로 오른팔 전완근이 찢어졌다. 인대도 박살 난 것 같았다.

발도 바닥에서 떠서 뒤로 날아갔고.

내가 쏜 탄환이, 산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날아간 탄이 뒤쪽 요새 건물을 때렸다. 아니. 때려 부쉈다.

벽 한가운데에 주먹 두 개만 한 구멍이 생겼고, 충격파가 터지며 벽에 짜르르 금이 갔다.

쩌적, 쩌적.

금이 간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안쪽이 훤히 보였다. 무장을 준비하던 용병 병력이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탄은 피했는지, 피떡이 된 사람은 없었다.

아니, 한 명 있었다.

용병 하나의 오른쪽 옆구리를 누가 한 움큼 뜯어갔다.

이 누나가 진짜.

"여기서 사격하면 안 된다. 쏴 보면 정말 재밌을걸? 어지간하면 양손으로 쥐고 쏘고."

실험실의 큰 누님이 했던 말이다.

총구가 좀 넓고 크다 싶긴 했다.

이건 산탄이 아니라 포탄이지.

내 완력을 믿고 한쪽 팔로 쐈다가 팔도 작살났다.

"어, 나 소리가 안 들려."

바닥에 널브러진 용병 한 명이 양쪽 귀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

나도 순간적으로 감각을 차단하긴 했는데, 오른쪽으로 소리가 안 들린다.

"이런 무식한 새끼가."

팀장이 뒤에서 말했다.

아니, 나도 몰랐다고.

고양된 감각이 가라앉았다.

"이거, 처음 쏴 보거든요."

수줍어서 핑계를 댔다.

어쨌든 선전포고는 한 거 아닌가.

자, 그럼 이제부터는 팀장의 실력을 볼 차례다.

나도 멀쩡한 왼팔로 총을 수납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내가 상정한 전장은 우리 쪽 전투 가용 인원이 전부 모이는 거였다.

하지만 팀장은 나와 단둘만 왔다.

계획은 다 있을 터였다.

인간성은 좀 그래도 난 팀장의 능력을 믿었다.

그 팀장이 말했다.

"튄다."

"...네?"

"튄다고."

막 용병 무리가 정신을 차리고 도로 나오는 게 보였다.

그중에 허공을 나는 놈도 있었다.

초능 특수종이네

"튀어. 새캬."

팀장이 내 목덜미를 끌었다.

끌리며 몸을 반전, 나도 내 발로 뛰었다.

"뭐 하는 겁니까? 정면 돌파하자면서요."

"내가 언제?"

"아니, 시...베리안 허스키."

욕할 뻔했다. 내가 급히 말을 이었다.

"나보고 의견 말하라면서요."

"의견 말하랬지, 누가 네 말대로 한데?"

"그럼 여긴 왜 왔는데요?"

굳이 작전 시간까지 정해서 정면으로 짓쳐들어간 이유는?

"자물쇠를 채웠지."

이게 무슨 개소리야.

멍멍이라고 짖어 볼까? 지금 그런 도발을 해도 될까?

"내 밑에 있는 어떤 미친 또라이가 포탄을 날리지만 않았으면 그게 전부였지. 대가리."

팀장이 말함과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로 슝 하고 단창이 날아갔다.

뭐야? 뒤를 슬쩍 보니 허공을 부유하는 초능 특수종 뒤에서 같은 모양의 단창 여러 개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부유 능력자가 아니고 염동력자네요."

내가 말했다.

"아니, 더블이다. 이 새끼 감각 안 세워? 이런 것도 알려 주랴? 시발, 요즘 신입은 빠져가지고."

이 양반아. 아까의 고양감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적응이 안 된단 말이다.

"팀장님, 이런 상황에서 물을 말은 아닌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숨도 안 쉬고 말을 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시발 하면서 태어났어요?"

"이 새끼가 돌았나."

팀장에게 말하고 다리에 힘을 줬다.

불멸자의 힘이 아니라 변신족의 대퇴부다.

아잣.

힘을 줘 땅을 박차니, 주변 풍광이 빠르게 뒤로 스쳤다.

"계속, 쫓을 것 같은데요?"

뛰어가며 말하니.

"그러다 뒈진다."

아니, 사람이야, 밴댕이야, 과거의 일은 이제 묻어 둬야지.

1분 전도 과거는 과거잖아.

퍽.

머리 뒤에서 들린 소리였다. 정확히는 오감으로 파악하고 있던 적의 위치에서 들린 소리.

뒤를 돌아보니, 허공에 뜬 놈의 어깨에 화살이 박힌 게 보였다.

"끄윽, 쫓지 마! 그만! 저격수가 있다."

화살이었다.

그러니까, 사수의 화살이었다.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그러다 뒈진다니까."

팀장의 목소리와 함께 악귀나찰로 변한 얼굴이 보였다.

"네, 저 친구는 그래서 그만 쫓아오려나 봐요."

난 말하면서 발을 더 재게 놀렸다.

그렇게 적의 추격을 뿌리친 뒤였다.

"후, 이제 어떻게 해요?"

내가 물었다.

"널 죽이고 생각해 볼 참이다."

팀장이 농담을 건넸다.

"에이, 참 농담도."

"농담?"

진담 같이 말하지 마쇼. 사람 쫄리게.

묵묵히 몇 걸음 물러나자 팀장이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의 이름은 인비저블 재일, 투명 감옥이다."

"그렇게 말하고 유인하려는 겁니까? 안 잡힐 겁니다."

흥미롭지만, 속지 않겠다.

귀만 쫑긋 세웠다. 팀장이 세상 제일가는 병신을 본 표정을 지었다.

한심한 새끼.

모자란 놈.

공사 구분 못 하는 놈.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놈.

단숨에 몇 가지 말이 눈빛으로 전해졌다.

"네, 투명 감옥. 귀를 활짝 열겠습니다."

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성격 나쁜 우리 팀장님은 드물게 용서와 같은 제스처를 보였다.

별말 없이 설명을 시작한 거다.

84. 판을 흔들 수 없다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그 모든 걸 총합으로 기척을 읽고 의도를 파악한다.

이건 모든 불멸자가 가진 기초적인 전투법이었다.

그중에 격차가 있을 뿐.

강희모는 새삼 재능의 차이를 느꼈다.

예전 1세대 불멸자 무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감각은 단련할 수 있다."

맞다. 강희모도 그렇게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은 나를 위해.

재생력의 향상을 위해 육체를 단련하고 감각을 갈고 닦았다.

그 노력의 시간.

그 각고(刻苦)의 노력.

'의미 없었을까.'

강희모는 생각과 동시에 잊었다. 작전 중이었다. 그는 베테랑이었다.

지금은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정기남은 눈을 반개한 채로 홀로그램을 띄우며 말했다.

"여기, 여기, 여깁니다."

반경 100m 이내에 모든 적을 감지한다. 볼수록 놀라운 재능이었다.

순혈, 그중에서도 혈통을 타고난 자의 감지력이다.

예민함을 타고난 가문의 피, 자신에게는 없는 혈통의 힘이다.

"기척 죽이기로 접근, 근접전으로 갈 테니, 후위를."

"네."

간단한 작전 수립 이후, 둘은 내달렸다.

첫 번째 포인트에 다가갔을 때, 혼탁한 피를 가진 불멸자 하나가 보였다.

그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다른 용병도.

둘이 어떤 특수종인지는 알 필요도 없었다. 강희모는 나이프 두 자루를 꺼내 엎드린 저격수 위를 덮치듯 엎드리며 목을 긋고, 반대쪽 나이프를 졸던 놈의 심장 어림을 노리고 던졌다.

서걱, 푹.

"...어?"

심장이 찔린 놈이 입을 열고 눈을 깜빡였다.

막 뭐라 외치려던 놈의 뒤에서 갈색 장갑이 나타나 입을 막았다.

기남의 손이었다.

그걸 보며 강희모는 생각했다.

'어설프군.'

아무리 돈 몇 푼에 팔려 온 용병이라지만, 수준이 너무 낮았다.

예상한 바이기도 했다.

다만, 상대의 의도가 궁금하긴 했다. 돈을 써서 머릿수를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다. 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 박병준 박사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 군데, 저격 포인트를 처리한 뒤다.

둘 다 땀에 흠뻑 젖었다.

페이스 가드를 올린 기남이 숨을 몰아쉬었다.

강희모도 마찬가지였다.

체력에 딱히 자신이 없는 쪽은 아니지만, 어제부터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꽤 무리했다.

불멸자의 육신은 기본적으로 일반종과 비슷하다고 봐야 했다.

재생력을 제외하면 특수전을 대비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게 보면 광익이 자식이 특이한 거지.'

지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을 향해 농담과 장난도 멈추지 않는다.

이 작전의 베이스캠프인 능선을 탈 때도 흙과 부러진 나무를 던진 것도 일종의 장난이었을 거다.

'그런 것치고는 과하긴 했지.'

어지간한 불멸자였다면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그 생각이 나니 픽 웃음이 나왔다.

웃음과 함께 눈앞에 등이 보였다.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고, 예민해진 감각을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리는 광익의 동기다.

"정기남 씨."

"네."

"유광익은 왜 싫어해?"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달아오른 긴장감을 풀기 위한 거였다.

겸사겸사, 적당히 궁금하기도 했고.

광익과 기남의 관계는 회사 내 모두가 안다.

철천지원수와도 같았다. 대부분 회사 동료는 기남이 지각하는 이유도 알았다.

정확히는 우미호가 둘의 대화와 기남의 출근 시간, 둘이 같은 집에서 산 이후 일어난 일이라는 정황을 갖고 알아낸 거지만.

이뿐 아니라, 테스트 대련 때도 기남이 호되게 당한 것도 알았다.

그 원한인가?

"태도가 마음에 안 듭니다."

"태도?"

"너무 가볍습니다. 진지하지 않습니다. 혼혈 주제에... 운이 좋은 놈이니까요."

실력은 자기보다 뛰어나다. 순혈의 혈통을 이은 자신보다, 라는 말이 중간에 빠졌다.

강희모는 기남이 광익을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았다.

자신이 기남을 멀리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질투, 질시, 그리고 동경.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자를 봤을 때 드는 감정이다.

순혈의 혈통임에도 그렇다. 그걸 인지한 순간, 강희모는 기남과 자신을 겹쳐 봤다.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

순혈을 타고났다고 놀고먹지는 않았을 거다.

기남도 각고의 노력을 했다.

자신과 같다. 그러하기에 혼혈인데도 불멸자의 특성을 짙게 타고난 광익을 질시한다.

기남도 알 것이다. 유광익이란 놈이 그냥 운만 타고난 놈은 아니란 걸.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는 없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리 쉽게 움직이던가.

"그리고 저 유광익 싫어하지 않습니다."

기남이 말했다.

겉으로만 그런 거고, 속으로는 우정 비슷한 게 있는 걸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자, 기남이 말했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증오합니다."

증오, 사무치게 미워하는 마음.

국어사전에 그리 쓰인 단어다.

* * *

"프로의 솜씨다."

자이언이 말했다.

곱슬머리에 까만 피부, 셔츠 한 장에 슬랙스 팬츠, 로퍼를 신고 허리춤에는 두툼한 칼날의 칼을 차고 어깨에는 소총을 걸었다.

전체적으로 언밸런스한 차림이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이언은 블루 트윈스 용병 중 하나이자, 박병준 박사가 모은 핵심 전력이었다.

"둘이다. 치고 빠졌고."

다른 용병이 입을 열었다.

한쪽 눈에 금속 안대를 차고 몸에는 두툼한 아머 슈트를 입었다.

불편해 보이는 차림이지만, 본인한테는 익숙해 보였다.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였고.

이름은 에이저, 블루 트윈스 소속이었다.

이곳에 온 블루 트윈스 용병은 총 셋이었다.

한 명은 박병준 박사의 밀착 경호 중이었기에 둘만 이곳에 나왔다.

"여섯이나 당했네."

자이언이 어금니를 빠드득 갈았다.

저격 포인트는 총 세 곳이었다. 여섯이 전부 죽었다. 깔끔한 솜씨였다.

"경계 서던 셋도, 진입로 함정도 부서졌고."

"그 애미 없는 포탄도 있었지."

자이언이 씹어뱉듯 말했다.

갑자기 벽을 부수는 포탄이라니.

보통 무식한 놈들이 아니지 않나.

박격포 종류는 아니었다.

가끔 그런 무기를 쓰는 놈들이 있었다.

흔히 분류하길 핸드 캐논, 손 대포라는 물건이다.

"무식한 무기지."

에이저가 말하며 생각했다.

분명 변신족이리라.

"한국 최고의 용병이란 새끼가 화살 한 대 맞고 튀어? 병신 새끼, 나가 뒈져 버리지."

사고 과정이 정면을 침입한 놈들을 쫓는 곳까지 흘러갔는지, 자이언이 불만을 토했다.

"넌 다른 용병 앞에서는 입 다물어라. 사기 떨어진다."

에이저가 말했다. 자이언의 입은 재앙이었다.

"떨어질 사기가 있어? 어제 그 일로 다들 엄마 찾아 난리잖아."

말하며 자이언이 죽은 용병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퍽, 우둑. 시신의 갈비뼈가 부러져 튀어나왔다. 이미 죽어 굳어 버린 시신이지만, 발길질 한 방에 뼈가 부러져 피부를 뚫고 나왔다.

완력이 보통 이상이었다.

"언제까지 우리 둘 눈을 피할 순 없을 거다."

에이저가 말했다.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고민할 건 아니었다.

모르면 잡아서 족치면 된다. 이런 짓을 했다는 건 다시 덤빈다는 거다.

그럼 기다렸다가 잡으면 그만이었다.

"잡히면 엄마 찾아서 울게 해 줄 거다."

자이언이 슬랭을 섞은 욕을 뱉었다. 에이저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릴 생각도 없었다.

한 방 먹었다. 이런 짓을 한 놈들의 낯짝을 보고 싶었다.

"돌아가자."

저격 포인트는 포기였다. 할 수 있다면 기관총 사수를 노린 활쟁이 놈도 잡고 싶었지만.

'함정이겠지.'

쫓으려면 숫자를 나눠야 한다. 그럼 역으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에이저는 냉정했다.

그렇게 다시 별장이자, 요새로 돌아오자.

"...이런 애미 없는 새끼가."

자이언이 진심을 담아 분노를 표출했다.

에이저의 눈썹도 파르르 떨렸다.

"당했습니다."

남은 한국 용병이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총알 한 발 없이, 팔다리가 잘린 부상자 넷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용병 넷이 잘린 부위를 잡고 끙끙거리며 신음을 삼킨다. 자이언과 에이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경계심이 가득한 용병 넷을 빈사 상태로 만든 거다.

그래놓고 죽이진 않았다.

마음이 약해서? 아니다.

일부러 짐 덩이로 놔둔 거다.

그렇다고 죽여? 그러기에는 보는 눈이 많다. 능력이 없다고 해도 이들은 훌륭한 고기 방패가 될 것이다.

"그 더블은?"

더블은 초능 특수종 중에서 드물게 두 개의 능력을 타고난 이들을 말함이다. 그 작자가 바로 부유와 염동을 갖춘, 자칭 한국 최고의 용병이란 놈이었는데.

"저, 그게...."

어이쿠, 지랄하네.

설명을 들은 에이저는 속으로 욕설을 뱉고 말았다.

당한 건 넷이 아니라 다섯이었다. 한 놈은 아예 잡혀갔다.

"시발, 뭐야 이 새끼."

자이언이 말했다. 그걸 들으며 에이저는 생각했다.

프로 수준의 일 처리 솜씨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뭔가.

이 타이밍은 프로 수준이 아니라 예술적이기까지 했다.

그냥 무작정 시간차로 공격한 게 아니다. 빈틈을 제대로 쑤셨다.

어설픈 명령 체계, 개별 전투력의 빈약함.

거기에 자신 둘이 자리를 비운 것도 노렸다.

에이저는 주변을 돌아봤다. 겁에 질린 용병 무리가 보였다. 놔두면 오늘 밤에 당장 제 무장만 챙기고 도망갈 것이다.

지금도 눈치를 힐끔힐끔 보는 놈이 한둘이 아니었다.

에이저는 최악의 상황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부터 요새 안에서 방어를 굳힌다. 아무도 나가지 마."

"또 오면?"

"그때는 우리가 나선다."

안심하라고 한 말이다. 한국 용병 중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말을 전했다.

용병 무리가 둘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갔다.

듣지 않으면 자이언을 시켜서 몇 놈 목이라도 부러뜨릴 참이었다. 공포는 더 큰 공포로 눌러야 하는 법이었다.

'뭐 하는 새끼인지 얼굴이나 보자.'

에이저는 이 개자식들을 마주하길 고대했다.

* * *

난 부목을 대고 부상을 살폈다.

움직이는 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부목도 몇 시간 뒤에 떼면 그만이었다.

그것보다는 이런 무식한 무기를 소드 오프 형태로 만든 것에 감탄할 뿐이다.

"좀 과했죠?"

물으며 팀장을 바라봤다.

그는 정면 돌파를 하지 않았다.

시늉만 했다.

대신 잠입 액션을 택했다.

정면에 시선을 끌고 시간을 투자해 하나씩 하나씩 각개격파한다는 거다.

그게 작전 개요였다.

"뭔가 되게, 얍삽하네요."

감상을 전하자.

"효율성은 모든 작전의 기초다. 뼝아리, 새끼야."

팀장이 내 부목을 고쳐서 고정해 줬다. 기분이 묘했다. 근데 어째 너무 단단히 묶는 것 같은데.

지금은 한숨 돌릴 타이밍이고, 어차피 쉴 건데, 당장 전투에 뛰어들기라도 할 것처럼 고정했다.

"그럼 출발."

팀장이 말했다.

"어딜요?"

"다시 가야지."

"그러니까 어딜요?"

"어디겠냐, 시발."

어디긴 어디겠나, 다시 적진 침투였다.

"야, 뼝아리. 그 총 쓰고 싶으면 자세 똑바로 잡아. 아니면 팔 다 작살난다."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욱신거리는 중입니다.

"네."

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반대였다. 기척 죽이기로 잠입한다. 모습을 감추고 기척을 숨기고 측면을 파고들었다.

용병 무리는 한바탕 난리가 난 뒤라 경계심이 높아, 다들 무기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팀장의 기척 죽이기는 일품이었다.

그는 아침 햇살이 주는 그림자를 이용해 하나씩 목을 조르고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도 부스럭거리는 소리 외에는 소음이 없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소리를 내는 정도, 상대의 사각을 이용해 움직이는 경로, 고개를 돌리는 용병을 따라 움직임으로 생기는 사각을 이용, 자연히 팀장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어떻게 저게 되지?

아무리 기척 죽이기가 훌륭해도 시야에 보이면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팀장의 존재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팀장은 두 놈을 잡았고 죽이는 대신 기절시키고 팔다리를 잘랐다.

지혈도 해 줬다.

두 놈을 제압하고 돌아온 팀장이 말했다.

"약 빨아."

"네?"

"모든 게 다 손에 잡히듯 보이는 감각, 그걸 보통 문을 열었다고 한다."

"네?"

"이번에는 약 빨고 문 연다."

아까의 경험, 쉬이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선수가 한순간 존에 들어가는 것.

악기 연주자 심취해 일어나는 일.

그런 감각의 일종이라고 느꼈다.

"마음은 평온하게."

팀장이 말했다.

그게 마음처럼 되는 거였나.

"그걸 여는 건 기초야. 그것도 못 하면 넌 평생 내 얼굴에 손가락 하나 못 댄다."

도발에 약한 건 내 약점이었다.

난 전투 뽕을 팔뚝에 꽂았다.

전용 인젝션을 통해 약물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치달렸다.

오딘의 축복이라는 전투 뽕은 불멸자의 평균 능력치를 올려준다. 마인드와 피지컬 칵테일 양면을 전부 커버하는 약이다.

심장이 뛰고 감각이 평소보다 예민해진다. 근육 하나하나가 몸 안에서 느껴졌다.

감각의 확장, 그와 동시에 아까의 경험을 끌어낸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

그 햇볕에도 소리가 있다.

공기에도 색깔이 있다.

오감이 서로의 영역을 넘어선다. 아까의 상태다.

"그걸 문을 연다고 말하는 거다."

팀장이 말을 이었다.

"두 놈, 내가 한 일 그대로 해 봐."

아까 팀장이 한 일, 두 명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그걸 해냈다.

이건 일종의 트레이닝이었다. 그리고 지금 난 팀장의 가르침을 몸에 때려 박는 중이었다.

85. 판을 부순다.

함정 진입로를 헤쳐 나갔을 때와 같았다.

상대를 보는 순간 알았다.

턱, 손, 발, 몸, 느껴지는 모든 것이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했다.

난 그걸 보고 시야의 사각, 소리의 사각, 냄새의 사각에 숨어 둘을 잡아챘다.

그 와중이다.

아까 우리를 쫓던 더블 능력자가 숲을 힐끗 보는 게 보였다.

보는 순간 알았다. 저 작자의 감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긴 어렵다.

저 용병은 지금 오감이 아닌, 또 다른 감각으로 이곳을 본다.

초능력자 특유의 기감이다. 그가 숲 안으로 들어왔다.

예민한 청각이 소리를 잡아챘다.

바스락, 나뭇잎 밟는 소리, 흙이 눌리는 소리, 자갈이 만나 부딪치는 소리.

"어디가?"

다른 용병의 목소리까지.

"물 빼러."

초능 특수종을 직시했다. 보는 순간 정보가 정리돼 들어왔다.

왼쪽 어깨가 불편해 보였다. 그 부분 옷이 적당히 두툼하다.

붕대를 감았을 거다.

부스럭.

일부러 소리를 냈다. 의심이 가지만, 단숨에 적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그저 예민한 기감에 걸리는 딱 그 정도.

타박타박 놈이 다가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난 나무 위를 소리 없이 타고 위에서 밑으로 몸을 떨궜다.

공기의 파동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들었지만, 늦은 감이 있었다.

내 손이 그의 목에 닿았다.

염동의 힘, 부유의 힘, 어떤 것도 발동하기 전에 변신족의 완력이 그의 목을 반쯤 꺾었다.

우득.

그거로 끝이었다.

난 그를 들쳐업고 돌아왔다.

적당히 뛰는 심장과 확장된 감각, 약에 취해 흥분한 어깨가 들썩였다.

지금이라면 저 밑에 있는 놈 모두를 잡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죽일 수도 있었다.

팀장에게 그렇게 제안하자.

그렇게 작전을 끝내 버리자.

"반푼이 새끼야. 이너 피스, 내면은 평온해야 한다고. 이 새끼는 뭐 이렇게 손이 많이 가."

팀장이 핀잔을 줬다. 아니, 그게 아닌데.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팀장이 성큼 다가와 손을 뻗었다.

앞일이 보였기에 반응했다. 손을 뻗어 막고 떨구려 하는데.

팀장의 내 손목을 잡아 꺾고 목울대를 때렸다.

젠장, 이건 또 어떻게 한 거야.

"컥."

침을 토했다.

분명 다 보였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섞였다.

기척 속이기, 감추기를 섞은 기척 흩날리기인데.

그게 너무 깔끔해서 안 보였다.

"잡스러운 기운 흘리지 마, 새끼야."

팀장이 말했다.

두근대던 심장이 가라앉는다. 팀장 손이 약손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된 감각이 가라앉는다.

"유지력이 개판이네."

"후, 아니, 뭘 처음부터 다 잘하래."

정신 차리고 답하니.

"지랄한다."

팀장이 욕설을 뱉었다. 근데 왜 은근히 저 눈에 놀람이 보이는 것 같지?

뭐, 알 게 뭐람.

문을 연다는 것, 불멸자의 감각 강화, 그 강화된 감각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 * *

이중봉은 문을 여는 것, 영역을 넘는 걸 가르치며 처음 알았다.

이걸 한 번에 하는 놈이 있구나.

소위 천재라고 하는 놈들이 이걸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리더라?

타고난 감각, 순혈 그중에서도 직계 중의 직계.

그런 놈들이 문을 열고 그 틈을 보는 데만 석 달이다.

그런데 그걸 하루 만에 끝낸다고?

하물며 처음 시작은 문을 열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감각을 조금 열어 주려 했을 뿐인데.

비유하자면, 문이 아니라 벽 앞에 문을 두고 밖에 뭐가 있나 보라고 한 거였다.

그런데.

"그냥 문 열고 나가서 보죠. 뭐."

라고 답하더니, 나가서 돌아오질 않는다.

아니, 폭주했다.

이중봉은 이 새끼가 참 신기한 놈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지만.

"저기, 팀장님."

"가출 청소년 같은 새끼."

나가면 돌아와야지. 번번이 손을 쓰게 만든다.

"...그 호칭은 예상 밖이네요."

"아, 왜?"

"효율성을 위해 투명 감옥이란 작전을 하는 건 알겠어요."

광익이 설명을 시작했다.

머리도 좋았다.

투명 감옥을 이루는 힘은 무엇인가.

무형의 창살, 공포다.

그럼 그 공포는 어떻게 만드는가.

네 놈의 용병을 때려잡고 더블 능력자를 납치했다.

이후, 도망가는 놈이 생겼다.

루트를 파악한 건 이동훈이다.

그는 일대 지형을 파악하고 도망자의 심리를 꿰뚫어 타이밍을 쟀다.

움직인 건 강희모와 정기남이지만, 팬더의 지시가 완벽했다고 할 일이었다.

유령처럼 나타나 때려눕히고 별장 진입로에 던져둔다.

"시발, 뭐야, 뭐냐고."

"의뢰고 뭐고! 난 갈 거야!"

"전화가 안 돼, 통신이 안 터져, 이런 개 시발."

용병 무리가 외쳤다.

통신 마비야, 기본 중의 기본이지.

김정아는 상시 저격수의 포지션을 유지했다.

이상 상황에 대비다.

그녀가 나설 일은 없었다.

그들은 공포에 잠식됐다.

이게 바로 투명 감옥이다. 이렇게 상황을 조형하고 하나씩 끌어내 때려눕힘으로 적의 전력을 깎는 건데.

상대 반응이 너무 훌륭했다.

전부 별장 안으로 숨은 거다. 적어도 내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어요?"

광익이 설명 끝에 투명 감옥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말하며 놈이 오른 어깨를 휙휙 돌렸다.

핸드 캐논을 쐈던 쪽 팔이 금세 회복됐다. 괴물 새끼였다.

"박병준 박사는 자신을 노리는 집단이 있다는 걸 예상했다. 그러니까 용병을 모았다."

"네, 그렇죠."

이 유광익이란 새끼는 대가리가 좋아 보이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머저리 같다.

"상대의 의도를 우린 모른다."

"에이, 다른 사람 속을 어떻게 아나요. 독심술사도 아니고. 그 독심술도 상대의 동의가 있어야 마음이 읽히는 거잖아요."

"얘기나 끝까지 들어, 새캬."

"네네."

고개를 수그리며 굽신거리는 척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능글맞았다.

꿀밤을 때려 주고 싶은 태도다.

참았다. 때린다고 쉽게 맞아 줄 놈도 아니고.

때리려면 심력 소모가 꽤 크다.

본래 수준 높은 불멸자의 결투는 까다로운 법이니까.

"상대가 깔아 놓은 판이다. 그 판을 흔들어야 해, 근데 이게 흔들리는 판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겠냐?"

"엎을까요?"

"아니, 부숴야지."

상대의 의도를 모른다. 모르기에 끌려간다? 그건 악수다.

이중봉은 악수 대신 자신만의 스타일로 판을 바꿨다. 아니, 부쉈다.

준비한 게 있다면 다 무너뜨린다. 그 뒤에 박사를 마주한다. 그게 정답이다.

"팀장님, 이건 칭찬인데요. 의외로 머리 쓰는 타입이시네요."

광익이 말했다.

겁 없는 신입의 말에 이중봉은 계산했다.

전 대원이 모이기까지는 삼십 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정확히는 드잡이질할 여유가.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못 할 건 아니니까.

팀장은 감각의 문을 열고 움직였다.

신입의 궁둥이를 걷어차기 전까지는 쉴 생각이 없었다.

* * *

아니, 왜 갑자기 사람 궁둥이를 걷어차냐고.

"팀장님은 칭찬받으면 부끄러워서 사람을 때리는 그런 타입인가요?"

사수에게 물었다.

사수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고체 연료를 손으로 뭉쳐 불을 피웠다.

"흥."

그런 날 보고 기남이 코웃음을 쳤다. 어째, 기분이 좋아 보여서 놈의 궁둥이를 걷어차고 싶었다.

내가 당한 게 그리 좋더냐?

막 맞을 때, 팀원이 전부 도착했다.

팀장은 다 모인 걸 보고 말했다.

"밥 먹자. 잠도 좀 자고."

네? 지금요?

작전 중인데?

"투명 감옥은 우리가 푹 쉬는 것도 중요해."

그래서다. 베이스캠프로 삼은 능선 뒤쪽에 적당히 땅을 헤집고 자리를 잡았다.

우의를 깔아 궁둥이를 붙이고 고체 연료를 태워 물을 끓였다.

"안 그래도 에너지 바가 지겹긴 했습니다."

내가 말하고 전투 식량을 뜯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5분이면 고열량 식단이 된다. 단순히 새콤달콤한 양념이 섞인 밥이지만.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먹은 뒤에.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다들 좀 자 둬."

팬더 대리가 말했다.

사양하지 않고 적당히 눈을 감고 숙면을 취했다.

일어나니, 아직도 밝았다.

오후 6시인데, 해가 길어지긴 했네.

"별도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팬더 대리가 보고했고.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나올 거 없겠지?"

팀장이 물었다. 팬더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옥 열쇠 돌리시죠."

귀를 기울이고 있자, 사수가 옆에서 설명을 거들었다.

"투명 감옥은 이쪽이 약한 놈들에게 통해."

말하며 자신의 심장 어림을 손가락을 눌렀다. 푹- 하고 손가락이 옷 위로 들어갔다.

"네."

안다. 공포로 잠식되는 건, 정신력 부족이다. 제대로 훈련받은 불멸특수대라면 결코 이렇게 몰리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 안쪽 상황을 통제하는 건 블루 트윈스 용병이겠지.

놈들도 프로 수준이니까.

"감옥의 문을 열면 죄수는 어떻게 할까? 간수를 죽일까?"

사수가 설명을 이어 갔다.

"그걸 설명해야 아나. 흥."

질투에 눈이 먼 기남이 말했다. 사수와 나의 정다운 투 샷이 보기 싫었나 보다.

그게 아니며 우리 기남이 내 손길이 그리운 거니? 그런 거니?

난 일어나며 기남의 무릎을 향해 태클을 걸었다.

"이 미친!"

기남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앵클락을 건다.

"야, 유광익."

강희모 대리가 날 불렀다.

"네, 2급 사원 유광익. 대리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 오후네요."

밝게 대답하며 생긋 웃었다.

고개를 돌리니, 기남이 불길이 이는 눈으로 날 노려봤다.

아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눈빛은 살았네.

증오가 느껴졌다. 이건 불호 수준이 아니다.

관절기를 풀었다.

이대로 두면 어디 한 군데 망가진다. 얘는 빨리 낫지도 않으니까.

풀고 물러나며 말했다.

"스트레칭시켜 준 거예요.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아서."

"...퍽이나."

팬더 대리가 말했다.

아니, 한 2%는 진심이었는데.

"작전 끝나고 보자, 개자식아."

기남은 어른이었다. 일하는 와중에는 참을 줄 알았다.

난 아직 애였다.

"싫은데? 도망 다닐 건데, 가출할 거야. 너 때문이라고 편지 써야지."

까드득.

자식이 어금니를 갈았다. 눈에서는 광선을 뿜어냈다. 광학무기 따위 개발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기남이 눈에 광학무기가 있었다.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저리 화내는 기남이 있어서 행복했다.

"그럼."

팀장이 입을 연다. 모두 그를 바라봤다.

"가자."

우리는 움직였다.

산등성이를 타고 측면을 타고 올라가, 그 옆으로 썰매 타듯 내려왔다.

별장 앞에 선 팀장이 몸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고 말했다.

"파란 짝꿍 애들아, 얼굴 좀 보자."

"영어로 해야죠."

팬더 대리가 말했다.

팀장은 머더 퍼커로 시작하는 욕 몇 마디를 찰지게 꽂았다.

발음이 매우 훌륭했다.

저번 프로메테우스의 따란따도를 보고 느낀 건데.

외국어는 욕부터 배우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말에 흑인 남자가 먼저 나왔다. 정장 바지에 셔츠 차림이 인상적이었다.

전장에 정장을 입고 나선 셈이니까.

그 뒤에는 반대로 뚱뚱한 슈트 아머를 입은 놈이 나왔다.

슈트 아머는 흰색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드립이 떠올라 중얼거렸다.

"흑백쌍마."

저런 구도 무협지에서 많이 봤다.

"좀 닥쳐라."

강희모 대리가 드물게 화를 냈다.

"니들이었냐?"

슈트 아머 백인이 물었다. 물론 영어였다.

"다 나와."

답하기도 전에 흑인 놈이 이어 외치자, 내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용병 무리가 쭈뼛쭈뼛 총 따위를 들고 우리를 겨누며 나왔다.

팀장은 그걸 쭉 둘러보고 말했다.

"경고한다. 난 불멸특수대 소속, 이중봉이다. 지금부터 이곳은 불멸특수대 작전 구역이다. 살고 싶다면 5분 내로 지역을 이탈해라. 이건 경고다. 다시 한번 말한다. 5분 내로 지역을 이탈해라."

투명 감옥 작전의 핵심이다. 쓸데없는, 비효율적인 전투를 피하는 것.

감옥의 문을 여는 거다.

지금 팀장이 감옥의 문을 열었다.

고로, 저들에게 살길을 열어 줬다.

그동안 우리한테 당한 이들의 숫자는 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심은 공포는 달랐다.

"...그냥 가도 된다고?"

용병 하나가 중얼거리다가 슬쩍 발을 떼자, 흑인 놈이 칼에 손을 올렸다.

움직이면 저놈이 칼로 용병의 목을 벨 거다. 살기가 감돌았다. 움직이려던 용병도 반사적으로 발을 도로 붙였다.

그걸 본 팀장이 말했다.

"뼝아리."

"남들이 듣습니다."

이런 때는 제대로 좀 불러 주지.

"가서 저거 잡아 와."

팀장이 명령했다. 작전 지휘자로서의 명령, 난 그 말에 따라야 했다.

툭툭 걸어 나가며 흑인 친구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헤이, 난 인종차별을 하지 않아. 초콜릿같이 생긴 친구."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니까.

싸울 상대라고 해서 꼭 미워하란 법은 없다.

난 부드러운 태도와 귀여운 별명을 붙이며 말을 걸었는데.

"뭐 이 새끼야? 이 애미 없는 새끼가."

그런데 이 새끼가 대뜸 밑도 끝도 없이 패드립이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영어라 잘 못 알아들었나.

뒤를 돌아봤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사수가 말했다. 아니, 이 새끼가.

"뭐 이 새끼야?"

아무리 천사 같은 나라도 이건 참기 힘들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게임 하다 보면 패드립 치는 개자식들이 많았다.

그동안 난 수없이 다짐했다.

오프라인에서 그런 놈, 한 놈이라도 만나면 진짜 자근자근 조져 놓겠다고.

"덤벼, 깜둥아."

내가 말했다.

깜둥이가 총을 들었다. 나도 총을 들었다.

기관단총의 총구와 소총의 총구가 엇갈려 서로를 겨눴다.

86. 멍멍, 월월, 컹컹.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당기기까지 고작 몇 초.

그 짧은 틈이다. 놈은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총을 집어 던졌다.

소총이 시야를 가린다. 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팡!

난 날아오는 총열의 중간을 맞췄다.

불멸자의 묘기다.

날아오던 총기가 공중에서 튕겨 나갔다. 시야가 다시 열리자, 부쩍 확대된 놈의 얼굴이 보였다.

다릿심이 좋은 놈이다. 대쉬가 빨랐다.

그래도 총구를 돌려 머리에 구멍을 내줄 시간은 충분했다. 총구를 내리고 겨누고 쏜다.

그 모든 작업이 고작 1초 이내에 이뤄진다. 총을 내리고 겨누며, 난 깨달았다.

놈에게 총탄 따위 소용이 없으리라는 걸.

단서는 많았다.

가벼운 옷차림, 여유 있는 태도, 기감으로 놈을 읽기도 했다.

불멸과 변신이 아니니, 초능 특수종이다.

단서가 귀결되어 적의 능력을 파악한다.

강체(强體), 외피 강화의 초능.

달려오는 사이, 놈의 전신에 은빛이 어린다.

타다다다당! 티디디디디딩!

총탄이 놈에게 맞아 불똥을 튀겼다. 그중에는 안구에 맞은 탄도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눈에서도 은빛이 새어 나온다.

외피 강화 강체 능력자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다.

머니 & 세이브 특수부대에서도 보지 못한 놈이었다.

달려오던 놈이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았다.

챙!

두꺼운 칼날, 크롬 합금, 고강도의 무기였다.

단단한 몸과 단단한 무기.

놈의 노림수가 보였다.

어지간한 포탄을 몸으로 받아 내는 초능력, 즉 절대의 방어.

맞으며 벤다. 뻔하지만, 뻔하기에 막기 어려운 수다.

4번 타자를 쏘면 먹히긴 하겠지만, 일격에 죽일 순 없다.

가위바위보와 같다. 보자기를 내민 상대를 강력한 바위로 찢는 건 고된 일이다.

이럴 땐 가위를 내야 했다.

탕탕!

놈이 윗니와 아랫니를 번갈아 부딪쳤다. 은빛으로 빛나는 치아다. 날 씹어 삼키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였다.

총을 위로 던졌다. 오른손이 가벼워진다.

동시에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조금 더 왼쪽으로 튼다. 왼손을 칼집에 대고 오른손은 칼손잡이를 쥔다.

모든 것이 한 동작에 이뤄졌다.

놈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열 걸음, 다섯 걸음, 세 걸음, 한 걸음 안쪽에 다다른 순간.

"야, 불멸자는 필요하면 기계보다 더 정밀하게 움직이는 거다."

팀장의 잔소리가 떠올렸다.

이번 작전 내내 꽤 시끄러웠지.

난 오른손에 힘을 줬다.

내 정글도는 무게 중심이 엉망이다. 칼날에 무게가 실린 형태다.

난 그걸 활용했다.

오른손에 쥔 정글도를 뽑아 긋는다.

칼날의 무게, 칼집과의 마찰, 모든 것이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며 허공에 은빛 실선을 그었다.

슁.

놈과 엇갈려 섰다. 바람이 둘 사이를 스쳤다. 해가 지며 내가 선 자리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반대로 놈이 있던 자리에는 노을이 비췄다.

내가 던진 총이 그제야 퉁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난 천천히 몸을 돌리고 칼을 도로 수납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다.

깜둥이의 왼팔이 상박부터 미끄러지듯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푸슈슈슉.

곧 상처 부위에서 피가 쏟아졌다.

"...미친."

놈이 중얼거리며 급히 팔을 붙들었다.

내 칼, 아다만티움 칼날이 달린 정글도는 무게 중심이 엉망이다. 그럼 그에 맞춰 쓰면 그만이었다.

첫 일격 외에 쓰기에는 나쁘지만, 발도 일격만큼은 아주 아주 괜찮았다.

그 결과가 이거다.

놈은 칼이 잘렸고 팔이 잘렸다.

"어떻게...."

놈이 중얼거렸다.

"미안, 내 칼은 묵철이라."

자세를 잡고 놈을 향해 걸었다. 검둥이, 아니 이제는 은둥이라고 해야 하나.

"자이언!"

두툼한 아머를 입은 놈이 외쳤다. 그 소리와 함께 까드득하고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칙칙한 은회색 몸뚱이가 다시 내달렸다.

난 반사적으로 칼에 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불길한 직감이 머리를 스치고.

상대가 가진 능력의 효율성을 알아챘다.

방어, 부서지지 않는 몸.

본래의 전술은 달려들어서 칼을 휘두르는 것.

보통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법이지만, 놈은 살을 줄 필요도 없다.

외피 강화 초능이 있으니까.

고작 전법이 그거 하나일까?

상대는 서른 전후로 보였다.

아무리 늦게 능력을 깨달았어도 스물다섯 이내일 거다.

불멸자나 변신족과 달리 초능 특수종은 스물다섯 전후로 능력을 깨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럼 최소 몇 년은 저 몸을 갖고 싸웠을 것이다.

그것도 블루 트윈스라는 유명한 민간 군사 기업에서 싸운 용병이었다.

놈이 주먹을 뻗는다. 아까보다 느려진 속도와 힘이다.

놈의 눈이 보였다. 그 눈은 포기를 말하지 않았다. 기대감, 긴장감이 엿보이는 눈이었다.

상황 파악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칼을 뽑았다.

훙.

바람이 인다. 칼날이 놈의 오른 손목을 뱄다.

서걱, 외피 강화 강체를 무시한 아다만티움 칼날이 살벌한 소리를 뱉어 냈다.

순간, 잘려서 공중에 뜬 놈의 손이 보였다. 그 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도.

이 무식한 새끼.

두 번째 전법은 제 몸의 강도를 믿고 무작정 달려들어 폭사하는 거다.

쉽게 말하면 자폭 전략이었다.

난 칼날을 회수하고 4번 타자를 뽑아, 총열 위에 만든 손잡이를 쥐고 휘둘렀다.

깡!

경쾌한 소리가 터졌다.

수류탄을 쥔 손이 하늘 높이 솟았다.

꽈-앙!

머리 위에서 대형 폭죽이 터졌다.

투두둑.

불씨 몇 개가 건물 위와 바닥에 떨어졌다.

놈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놈을 보자니, 이 한마디를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홈런이다."

말하며 놈의 발을 걸었다. 당황한 놈을 제압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넘어뜨리고 등을 무릎으로 찍은 뒤, 4번 타자로 뒤통수를 겨눴다. 차가운 총구의 감촉을 연신 느끼게 눌러 주며 말했다.

"이 총이 저기 구멍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 거리라면 아무리 몸이 튼튼해도 무리일 거다. 그냥 잘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일 거고."

조곤조곤하게 말한 뒤, 고개를 슬쩍 들었다.

멍하니 구경 중인 용병 무리와.

날 뚫어지게 노려보는 강철 안대 친구가 보였다.

"여기는 불멸특수대가 접수한다. 남은 사람은 반항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내 말이 끝나자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의 끝이다.

"이 일은 포기요, 의뢰주에게 전해 주시오."

용병 하나가 말하고 몸을 빼자, 나머지도 슬금슬금 움직였다.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슈트 아머, 몸에 갑옷 수준의 방어구를 두른 친구가 말하며 강철 안대를 벗었다.

곧 그 눈에서 빨간빛이 뿜어지며 긴 줄을 그렸다.

지-잉.

소음과 함께 붉은 레이저가 슬금슬금 물러나던 용병의 다리를 뚫었다.

푹, 퍽.

물러나던 용병의 허벅지에 손가락 두 마디 크기가 넘는 구멍이 생겼다.

"으아아악!"

피는 흐르지 않았다. 허벅지를 뚫으며 그대로 지져 버린 상처가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토했다.

"와, 씨. 레이저. 엑스맨."

그동안 꽤 많은 초능 특수종을 만났다.

발화, 결빙, 부유, 염동.

이런 능력자는 처음이었다. 눈에서 레이저 빔이 나가는 친구라니.

지이이잉.

허벅지를 뚫은 빛이 눈에 모인다. 한쪽 눈은 갈색, 다른 눈은 붉게 빛났다.

"박사는 못 데려간다."

그가 선언했다.

자신할 만했다. 이 친구는 보기 드문 특수한 초능력을 가졌고.

아무리 불멸특수대라고 해도 특별한 장비 없이 레이저 사출 장비를 상대하긴 어려우니까.

보는 순간 맞춰 뚫는다. 방금 슬금슬금 발을 빼던 용병의 허벅지를 뚫는 걸 보고 알 수 있었다.

보는 순간 구멍을 만든다. 그 궤적만 아련히 남았다.

"크크크크."

깜둥이가 삼류 악당이 낼 법한 웃음을 토했다.

모든 초능 특수종이 그러하듯, 종일 내내 능력을 유지하는 건 엄청난 지구력을 요구한다. 깜둥이의 지구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뒤통수부터 은빛이 흐려지는 중이었다.

곧 능력이 풀어지는 중이라는 것.

딱.

난 놈의 뒤통수에 꿀밤을 먹였다.

"악, 왜 때려."

"미안, 나도 모르게 손이 가네 손이."

"이 미친 자식, 애미...."

놈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쥐고 뒤로 당겼다.

말이 끝나면 뒤통수에 물리적 충격을 선사해, 땅에 얼굴을 반쯤 파묻어 줄 생각이었다.

"자이언, 닥쳐. 너도 그만둬라."

빨간 레이저 눈깔이 날 향해 말했다.

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팀장을 비롯한 모두가 입을 다물고 레이저 눈깔을 쳐다봤다. 도망가려던 용병 무리도 슬금슬금 다시 무기를 들었다.

이거야, 원 박쥐 무리도 아니고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비루한 양반들일세.

"너희는 전부 내 사정거리 안에 있다."

레이저 눈깔이 말했다.

자신할 만하긴 한데, 저 친구한테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네.

불멸자가 총알은 보여서 피하나, 내가 보기에 레이저나 총알은 같다.

보이지 않는 걸 피하는 방법 하나.

쏘아지는 방향을 예측하는 것.

이 자리에는 몸짓 하나로 바로 옆의 불멸자의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손짓 하나로 상대에게 거짓된 기척을 날리는 성격 나쁜 불멸자가 있었다.

팀장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걸 보며 난 오늘 낮에 일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팀장이 나한테 이상한 훈련을 시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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