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ung Purung
제이크는 우측 거주구로, 나는 좌측 거주구로 향했다.
거주구라고 해봤자 나있는 공간에 문짝 하나 없이 그저 커튼으로 입구가 닫혀있는 구조였다.
사생활 보호도 되지 않고, 그래서 평소에 스트레스도 엄청 많이 쌓이는 그런 형태. 그래서 더 위험하지. 내가 갑작스레 숨을 공간은 없고, 감염자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힘든 구조거든.
우선 가장 먼저 첫 통로. 그러니까 중앙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통로다.
감염자의 소리가 들린 것은 좌측 끝 통로다. 뭐 우측 거주구에도 뭐가 있던 것 같은데, 제이크라면 알아서 해결하겠지.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다.
자 그럼 이제 조심스럽게 수색을 시작하도록 하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우선 지하 1층의 비상용 발전기는 말 그대로 비상용이다.
비록 이렇게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옅은 빛이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빛 조차도 아쉬운 상황 이였다.
그리고 비상용 발전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작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 그대로 비상용이다.
그리 긴 시간 동안 작동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또한 우리는 다시 지하 3층으로 되돌아가서 저 미친 산성 괴물을 처리하고, 스티브와 위스퍼를 구출해야 한다.
스티브와 위스퍼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는 지금. 우리는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제발 좆 같은 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손전등이랑 건전지가 좀 많이 나오게 해주세요.
기도 아닌 기도를 하며 방 커튼을 밀고 가장 처음 들어선 방은 꽝 이였다.
아쉽게도 들어가자 마자 쓰레기가 쌓인 것이 보였고, 그 외에 별다른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혹은 숨겨두었나?
그렇지만 방이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특별히 물건을 숨겨 놓을만한 공간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거주구 방이 큰 편이 아니라서 말이지.
그리고 아무래도 서로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상황이고,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쉘터 피난민들 끼리 가끔씩 분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중요한 물건은 항상 들고 다니거나 눈에 띄지 않게 잘 보관하게 됐지.
나는 바닥을 더듬으며 벽에 걸린 침대 아래도 수색해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젠장할.
숨을 죽이고 문 밖에서 감염자의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
그리고 조심스레 커튼을 밀고 방을 나와 건너편 방으로 들어갔다.
젠장. 여기도 꽝이네.
문을 열자마자 아무것도 없다는 게 바로 보이는 방 이였기에 다시 옆 방으로 이동했다.
내가 기대한 것은 우리들이 쉘터로 도망치면서 가지고 온 비상용 물품들이다.
너무 급하게 도망쳐 와서 아무것도 없는 이도 많았지만.
중요한 물품들을 챙겨온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붕대 하나라도 좋다. 권총이라도 있으면 더 좋고.
감염자가 제발 스퀘어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방을 조사해나갔다.
...
"Owh Shit."
터널에 진입하려는 차에 저 앞에 감염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잘 보면 저기 바닥에 뭔가 쓰러져있고, 붉은 바닥은 피로 보였다.
"흐음...어쩌지?"
불안 요소를 바로 뒤에 놓고 방들을 조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당연히 감염자를 해결해야 한다.
멀리 유인해내거나, 죽이거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터널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망치로 벽을 두드렸다.
탕- 탕-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자 감염자는 이곳을 바라보았고, 이내 울부짖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설마 저 소리에 다른 감염자들이 몰려오진 않겠지?
옆으로 몸을 잠시 빼내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손에 들린 묵직한 망치를 바라보았다.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숨을 들이키고 내쉬고. 감염자의 소리가 다가오는 속도를 생각했다.
좋아. 하나. 둘.
터널을 나오기 직전,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느낌으로 녀석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퍼억!
크룩 크엑
그리고 고기 망치와 강렬한 키스를 한 끝에 목이 옆으로 돌아간 감염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도 이전에는 평범한 인간 이였겠지.
어쩌면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저 멍하게 바닥에 쓰러져있는 감염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오 시발.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방들을 조사해야 해."
쓰러진 감염자를 넘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
"오, 빙고."
방에 들어가자 마자 보인 것은 침대 위에 놓인 가방 이였다.
일명 사이드 백.
가방을 집어 들고 그 안을 확인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전부 옷 뿐 이였다.
그래도 어딘가 쓸모는 있겠지.
그리고 옆 주머니에는..지갑, 열쇠? 집 열쇠인가? 영수증 등등...
안타깝게도 가방 안에는 쓸모 있어 보이는 물건은 없었지만 가방은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옆구리에 달고 있던 비닐봉지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뒤 이어 건너 편 방에 들어가서도 상당히 괜찮았다.
손전등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핸드폰을 발견했다.
이불 속에 숨겨져 있어 이불을 펼치다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다행히 고장이 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또한 소형 충전기도 함께 있어 콘센트를 찾으면 충전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쉘터 내부에는 콘센트가 없어서 충전기를 연결할 곳이 없다.
일단...챙겨야지.
충전을 할 수 있다면 핸드폰의 불빛으로 지하 3층을 조사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다.
위스퍼와 스틸버그를 구해야 한다.
제발 무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