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ixar aplicativo
96.42% APOCMASCOT / Chapter 27: 27

Capítulo 27: 27

236. 타깃 II

퍼시픽뉴월드파 두목 송성구가 머물던 집에는 가스와 기름을 이용한 사제 폭탄이 숨겨져 있었다.

차우진은 송성구를 잡기 전에 먼저 폭탄부터 찾아냈다.

가스통이나 기름통을 터트리는 건 차우진도 멸망한 세계에서 가끔 써봤다.

가스나 기름이 워낙 귀해서 그가 가진 걸 쓰지는 않았다. 적이 가진 자원을 터트려야 효과가 더 좋았다.

그래서 차우진은 그 집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을 때의 위력을 대충 계산할 수 있었다. 특히 탈출 경로가 불길에 휩싸이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굉장히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는 송성구가 숨어 있는 집에 들어갈 때 일부러 돌로 유리창을 부수고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윤재철은 차우진을 죽이려고 폭탄을 터트렸다.

차우진은 기폭장치가 작동하자마자 미리 부숴놓은 창문을 통해 공간이동 스킬로 빠져나갔다.

거기서 빠져나간 건 차우진뿐이다.

현관과 거실 창문은 겨우 2초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2초 정도는 몸을 움찔하고 고개 한두 번 돌리면 지나간다.

윤재철은 폭탄을 터트리기 전에 빌런 킬러와 대화하면서 정보를 얻으려 했다.

차우진도 그 대화를 받아주었다. 원래 말을 주고받으면 얻는 게 생기는 법이다.

차우진이 그 정보를 정리했다.

"내가 다른 조직들을 제거하면, 그 조직이 가진 이권을 잡아먹고 세력을 넓히려는 건가? 그것만 보면 조폭 집단인데…."

윤재철 실장은 청부 대금은 코인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범죄 대가로 코인을 주는 것도 많이 해본 느낌이고…."

윤재철은 보험으로 차우진의 얼굴 사진을 요구했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내가 누군지 알아낼 정보력을 가진 놈이라…."

한국에는 그런 일이 가능한 곳들이 있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아니면 그게 가능한 정부 부처에 빨대가 있겠지. 진소영을 납치하려 할 때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기업 쪽과도 커넥션이 있을 거고."

대충 어떤 놈인지 사이즈는 나왔다.

"양지와 음지에 양다리를 걸친 놈이라…."

누군지는 이제부터 알아내야 한다.

"저놈이 대가리랑 언제 만나려나."

지금 멀어지는 윤재철 실장의 차에는 위치추적기가 붙어 있다. 그건 오늘 낮에 붙였다.

퍼시픽뉴월드파 두목 송성구의 차에 붙여둔 위치추적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만큼 탐지도 쉽다.

오늘 윤재철의 차에 붙여둔 건 좀 다르다. 그건 기존의 위치추적기를 개조해 기계식 타이머를 추가했다.

그 위치추적기는 지금 당장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켜져서 위치 정보를 송신한다.

차우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세 시간 뒤에 켜지겠네."

***

한밤중에 불길이 그만큼 치솟았으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누군가 보고 신고하기 마련이다.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출동했다. 불길은 기름 때문에 더 격렬하게 타올랐지만, 더 태울 게 없어지면서 빠르게 잦아들었다.

화재는 어렵지 않게 진압됐다.

그런데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견됐다.

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생존자는 있습니까?"

소방관이 도로 물었다.

"저 상황에서요?"

현장에 있던 집은 기름과 함께 불타서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탈출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습니까?"

"이 주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망자는 한 명만 발견됐다면서요. 혹시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까?"

소방관이 잿더미를 보며 말했다.

"저거 다 들어내면 아래에 깔려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 확인하려면 중장비를 가져와야 해서, 지금 당장은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확인을…."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맨손으로라도 하겠는데, 지금 저기를 장비도 없이? 그걸 누가 합니까? 경찰이 할 겁니까?"

"하긴. 지금은 어렵겠군요."

***

위치추적기는 화재 발생 시점부터 3시간 후에 켜졌다. 차우진이 그 위치로 이동했다.

이미 밤이 깊었는데도 윤재철은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

"시체는 아직 하나밖에 못 찾았습니다."

- 하나?

"하나 더 있을 텐데, 집이 너무 잘 타서 수색에 시간이 걸린답니다."

상대가 물었다.

- 찾은 건 누구 시체야?

"시체가 너무 많이 타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 쯧.

윤재철이 얼른 변명했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를 단서까지 다 없애려면 모든 걸 확실히 태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확인이 어렵지만…."

그가 장담했다.

"하지만 빌런 킬러는 죽었습니다. 제가 대화 도중에 폭탄을 직접 터트렸습니다."

- 확실한가?

"물론입니다. 사람은 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 그러면 이제 일을 진행해도 되겠군.

윤재철이 얼른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빌런 킬러를 미리 처리했으니까, 나중에 복수하러 오는 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뒤탈이 없게 거기 일부터 마무리 지어. 폭탄을 썼으니까 시끄러워질 거야. 잘 덮으라고.

"가스와 기름만 주로 사용했으니까 충분히 덮을 수 있습니다. 설사 기폭장치가 덜 타서 발견된다 해도 조폭 두목이 폭탄을 만들다가 실수로 터트렸다고 알려질 겁니다."

- 그래. 그렇게 해.

"그런데 그러려면… 최대준 의원실을 통해서 담당 경찰에게 전화라도 넣어야…."

- 음료수 상자라도 하나 줘. 내 윤 실장을 믿고 맡기지.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윤재철 실장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밤이 너무 늦었다.

"지역구 사무실에는 내일 가야겠어."

***

차우진은 윤재철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들었다.

성과가 크지 않았다.

"저놈이 대가리를 직접 만나면 일이 쉬워지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윤재철의 통화를 엿들었다. 윤재철의 목소리도 작았다.

그래서 전투 센스가 발동됐는데도 상대방의 음성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가 조금 들리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건 어려웠다.

대신에 윤재철의 말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내가 복수하지 못하게 미리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어?"

그는 이미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제 그중에서 상칠파 같은 곳은 제외했다. 그놈들을 위해 차우진이 복수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준석 사장님?"

차우진은 예전에 사덕리소스의 금광 앞에서 서준석 사장을 구해주었다. 그런데 그때 금광을 폭파하러 온 조직원 중에 하이에나가 한 놈 있었다.

"가능성은 있어."

차우진이 구해준 사람은 더 있다.

"도인선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진소영은 미끼로 사용됐으니 아니고…."

복수라는 말이 나오려면, 적의 목표가 차우진이 구해준 사람 중에 있어야 한다.

오윤서나 정예지도 구하긴 했지만, 그건 빌런 킬러와 연결되지 않는다.

"유소진 작가?"

드라마 작가 유소진은 연쇄살인마 마상국에게 잡혀 있다가 살해당하기 직전에 구출됐다.

"아니야. 마상국은 죽었잖아. 게다가 혼자 활동한 놈…."

차우진이 멈칫했다. 마상국을 처리할 때, 연쇄살인마인 줄 알고 먼저 잡은 놈이 하나 있다.

"김준배?"

김준배가 충청도에서 이선정을 노리다가 차우진에게 걸려 죽었다.

"김준배는 청부업자였으니까."

그럼 청부한 놈이 있어야 한다.

차우진은 심각해졌다.

"누군가 이선정 박사를 노린다면…."

이선정이 없으면 오메가 바이러스 치료제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

그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청부업자 김준배를 보냈더니 누군가에게 제거됐어. 경찰은 김준배가 이선정 박사를 노렸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청부한 놈은 확실히 알아."

그 후에 연쇄살인마 마상국 사건이 일어났다.

"마상국도 이선정 박사를 노렸는데…."

마상국은 차우진이 제거했다.

경찰은 몰라도, 의뢰한 놈은 두 사건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빌런 킬러가 이선정 박사를 지키기 위해 김준배와 마상국을 제거했다고 판단한 건가?"

그러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이 박사를 제거하면 빌런 킬러가 자기를 죽일 것 같아서, 선수를 쳤다?"

차우진이 이선정을 위해 복수할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군가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였다는 게 중요하다.

"이선정 박사가 타깃이라면?"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차우진이 이선정의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면 빌런 킬러가 자신이라는 게 노출될 수 있다.

게다가 차우진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선정의 옆에만 있으면 윤재철 실장의 뒤에 있는 놈을 찾으러 다닐 수가 없다.

"경호원이 필요한데…."

차우진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알고 있다.

***

차우진이 한밤중에 박창수를 만났다.

"이 시간에 왜?"

"여름이의 약을 만들어준 사람은 이선정 박사야. 천재지."

그 약은 박여름에게 다른 방법이 남지 않았을 때 쓰기 위해 만들었다. 박창수는 그 약을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고마웠다.

"그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데 잘됐다."

"인사하지 말고 몸으로 때워."

박창수가 멈칫했다.

"뭐? 난 유리 씨랑 만나고 있는데 어떻게…."

차우진이 도로 물었다.

"응? 누나랑 만난다니? 체육관에서 싸우기만 한다며."

"그게 그거지. 거기서 짜장면도 시켜먹었는데."

"아니, 둘이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나도 진도가…."

"응? 몇 년이 지나다니?"

"몇 년이 지나도 그럴 거 같다고."

박창수가 웃었다.

"에이. 설마 그러겠냐."

"그래. 지금보다 쪼끔 더 나가겠지. 탕수육 시켜서 고량주 정도는 같이 마실 테니까."

박창수가 말했다.

"어쨌든 나이 많은 여자 박사한테 내가 몸으로 뭘 하다니…. 야. 그건 아니야."

"안 많아."

"응?"

"나이 안 많아. 젊어. 내가 천재한테 여름이 의료정보를 보여준다고 했잖아. 천재라서 박사 일찍 땄어."

"그래?"

"당분간만 경호를 부탁할게. 오래 하진 않아도 돼."

빌런 킬러를 노리는 놈이 이선정도 노리는지는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그쪽이 확률이 제일 높다.

그러니 경호는 그놈을 잡을 때까지만 해주면 된다.

박창수가 물었다.

"경호가 필요한 이유가 뭐야?"

"이선정 박사는 연쇄살인마 마상국 사건의 피해자야."

박창수는 당황했다.

"어? 와…. 그러니까 그때 구출된 사람이…."

"아니. 그건 유소진 작가. 저번에 촬영장에도 놀러 왔었는데."

"아. 그 두리번거리던 아가씨?"

"어. 그 사람."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방송국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내가 '친구와 연인 사이' 촬영 현장에서 일했거든."

박창수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선정 박사는?"

"마상국의 다음 타깃."

"잠깐. 나 그 기사 봤어. 마상국은 다음 피해자를 납치하기 전에 죽었잖아."

"납치 시도는 했어. 실패한 거야."

"그렇구나."

박창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든 마상국은 죽었잖아. 그런데 왜 경호가 필요한 거야?"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다. 차우진이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 놈을 시체로 만들면 나중에 박창수가 의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박창수에게 멸망하는 미래를 알려줄 생각은 없다.

차우진은 박창수가 그때처럼 빌런들과 같이 싸우다 또 죽는 미래는 원하지 않았다.

다른 설명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그 당시에 이선정 박사를 노린 것으로 의심되는 청부업자가 하나 더 있었어. 그놈은 충청도에서 죽었는데, 그때 그 근처에 이선정 박사가 있었거든."

"어? 청부업자라니? 누가 왜 청부했는데?"

"몰라. 나도 알고 싶다."

237. 미끼 III

김준배가 이선정을 노렸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차우진은 처음에는 김준배가 연쇄살인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김준배가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누가 청부했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차우진이 박창수에게 설명했다.

"누가 청부했는지는 몰라. 김준배가 살인자에 청부업자이긴 한데, 다른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지. 나도 이건 경찰에 친구가 있어서 어쩌다 들은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왜 지금 경호를 붙이려는 거야?"

그 이유는 쉽게 둘러댔다.

"이선정 박사가 개발한 약을 SL 제약에서 상품화하는 하는 중이야. 아직 사람한테 쓰는 단계는 아니고, 일단 파생 상품, 그러니까 화장품이나 영양제부터 개발하고 있어."

"그 프로젝트 도중에 이선정 박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구나. 그만큼 중요한 약인가?"

"당연하지. 그 약을 이용해서 여름이용 비상약을 만들었어."

"어? 진짜 중요한 약이구나."

"업그레이드 버전도 생각하고 있대."

박창수가 다짐했다.

"꼭 지켜야겠네."

"경호비는 SL 제약에서 나올 거야."

"응? 공짜가 아니었어?"

"형이 공짜로 움직이는 사람이야?"

"이거로 신세 갚으라는 건 줄 알았지."

"SL 제약에서 나오는 돈이니까 형 원래 받던 대로 받아."

이 일은 SL 제약 쪽에는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경호 비용쯤은 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선정 박사가 근무하는 화선바이오와 집의 보안점검도 좀 해줘."

박창수가 장담했다.

"나한테 맡겨둬라. 보안점검은 내가 전문가니까."

***

윤재철 실장의 차에는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그런데 윤재철은 그 차를 덫을 감시할 때만 사용했다. 그는 현장을 완전히 벗어난 후에는 다른 차를 사용했다.

차우진은 원래 차에서 위치추적기는 떼어냈다. 계속 달아둬 봤자 효과는 없고 들킬 위험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 윤재철을 찾아야 한다. 윤재철의 다음 행선지는 알고 있다.

"국회의원 사무실이라…."

윤재철은 최대준 국회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통해서 이번 화재 사건을 덮겠다고 했다.

사무실은 소도시에 있어서 고층빌딩은 없었다. 국회의원의 지역 사무실도 5층짜리 건물에 있었다.

차우진은 그곳보다 더 높은 건물의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 옥상은 평소에는 잠겨 있어서 목격될 위험은 낮았다.

그날 오전에 윤재철이 그 사무실에 나타났다.

"일찍 왔네?"

***

윤재철이 인사했다.

"김 보좌관님. 잘 지내셨습니까?"

최대준의 보좌관인 김호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실장님. 연락이라고 주고 오시지. 국회에 갔으면 못 만날 뻔했습니다. 하하하."

"그냥 지나가다가 인사차 들렀습니다."

최대준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김호태는 최대준의 최측근 보좌관이다.

최대준은 지금 이곳에 없었다. 그는 각종 행사나 국회 일정 위주로 움직였다.

의원실의 실무는 김호태가 책임지고 처리했다. 국회 사무실과 이 지역 사무실 모두 김호태의 말대로 움직였다.

김호태가 말했다.

"회의실로 가시죠."

***

차우진이 옥상에서 그 사무실의 창문을 보며 말했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이라…."

어제 송성구가 불타 죽은 집은 이 지역에 있다.

국회의원이 지역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쉽다. 경찰도 공무원인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윤재철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보좌관을 만났다.

"어느 선까지 연결됐으려나."

***

김호태는 나중에 이 지역구를 물려받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다. 그래서 지역의 사업관리도 자기 일처럼 하고 있다.

윤재철이 음료수 박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작은 음료수 열 개가 들어 있는 상자였다.

그런데 탁자 위에 상자를 올려놓을 때의 소리는 유리병이나 캔이 아니라 두꺼운 책을 놓는 것과 비슷했다.

음료수 박스는 작지만 거기 5만 원짜리 지폐를 채우면 1억까지 들어간다. 지금 이 상자에는 5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윤재철이 웃었다.

"빈손으로 올 수 없어서 가져왔습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몸에 좋은 거니까 보좌관님 혼자 드시죠."

"흐흐. 윤 실장님. 번번이 고맙습니다."

윤재철이 청탁을 넣었다.

"대신에 경찰에 전화 한 통만 넣어주시죠."

"경찰이요? 혹시 음주운전이나…."

"아이고. 그런 거 아닙니다."

윤 실장이 어젯밤에 일어난 화재 사건을 간단히 설명했다.

김호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젯밤에 외딴집에 불이 났다는 건 들었다. 사망자도 한 명 나왔다고 했다.

'그게 이렇게 돈을 써서 덮을 일인가?'

의심이 들었다.

윤재철이 말했다.

"회장님이 그 근처에 땅을 좀 사려고 하는데, 괜히 소문이 나쁘게 나거나 조사 들어가면 곤란합니다."

의심하려고 하면 계속 의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김호태는 그러지 않았다. 탁자 위의 음료수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어디까지…."

"그냥 시끄러워지지 않을 정도면 됩니다."

"아. 그 정도야 뭐. 저만 믿으시죠. 수사는 꼭 필요한 것만 하고 마무리하라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김호태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회장님이 거기 땅을 왜…. 혹시 개발 호재라도?"

윤재철이 손을 흔들었다.

"에이. 그런 거 없습니다. 정치권에 계시니까 그런 게 있으면 더 잘 아실 텐데."

"그럼 왜…."

"회장님이 나중에 뭘 하실지는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야 시키는 대로 하는 머슴인데요. 하하하."

***

차우진은 멀리서 보좌관을 빤히 쳐다보았다.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

윤재철은 이미 청탁을 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차우진은 따라가지 않았다.

윤재철의 차에는 새로 위치추적기를 붙여두었다. 지금은 다른 게 눈에 거슬렸다.

"보좌관 옆에서 따라다니는 저 비서 놈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멸망한 세계에는 하이에나라고 부르는 약탈자 집단이 있었다.

차우진과 박창수는 하이에나들과 많이 싸웠다. 그러다 박창수가 죽었다.

차우진은 김호태를 따라다니는 놈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멸망한 세계의 악질 하이에나 중 하나였다. 차우진이 저놈의 이마에 직접 총알을 박았다.

"하이에나가 하나 보이는 건 우연일 수 있지. 다들 지금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최근에 잡은 석궁 저격수가 멸망한 세계의 하이에나라는 건 확인했다. 그런데 여기에 하이에나가 또 있었다.

하나는 우연일 수 있다.

둘이 발견됐는데도 우연이라고 하는 놈은 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차우진은 윤재철이 떠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 새끼들이 하이에나였어?"

대가리를 찾아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

***

이튿날 차우진이 시내에서 기사를 검색했다.

폭탄 방화 사건은 기사가 나긴 했다. 하지만 짧게 난 것밖에 없었다.

기사 내용도 특별한 건 없었다.

폭력조직 두목인 A씨의 부주의로 가스와 기름통이 터지고 화재로 집이 전소됐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다.

"이걸 진짜로 덮었네."

그 지역 국회의원의 오른팔인 보좌관이 손을 썼다는 건 안다.

차우진이 위치추적기를 확인했다. 현재 위치가 나왔다. 어제와는 다른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대가리를 만나고 있으려나."

***

남자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이 새끼야! 그게 무슨 소리야! 시체가 하나뿐이라니!"

윤재철이 굽신댔다.

"소방서에서 잔해를 수색했는데, 시체가 더 나오지 않았다고…."

"확실히 죽였다고 했잖아!"

윤재철이 변명했다.

"빌런 킬러와 대화하는 도중에 제가 직접 폭탄을 터트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야. 윤 실장. 너 바보야?"

"예?"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를 왜 따지나! 결과만 봐! 시체가 없으면 그 새끼는 살아 있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윤재철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빌런 킬러가 살아남았다 해도 크게 다쳤을 겁니다."

"확실해?"

"제가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멀쩡하게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병원 쪽에 화상 환자가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끄응. 그렇게 해."

"그러려면 환자 정보가 필요…."

"김 국장한테 알아봐 달라고 해. 젠장. 네가 일을 대충 하니까 돈 버는 놈만 많아진다."

"죄송합니다."

"나가! 그리고 당분간은 전화로 보고해!"

***

차우진이 차를 보며 혀를 찼다.

"쯧. 이 차를 타고 가서 만난 게 아니네?"

윤재철의 차는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차를 타고 집이나 건물에 자꾸 드나들면 번호가 노출되니까 그러나? 꼼꼼한 놈 같으니라고."

차우진은 그 근처에서 기다렸다.

"편의점 컵라면 땡긴다."

하지만 편의점에는 들어갈 수 없다. 거의 모든 편의점에는 CCTV가 있다.

입맛만 다시고 있는데 윤재철이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차우진은 그 차가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는지 안다.

"걸어서 갔다 올 수 있는 거리? 아니면 이 근처까지 누가 태워줬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량 이동까지 고려해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성북동? 평창동? 오늘 만난 놈은 여기서 멀지는 않은 곳에 있겠지."

***

윤재철 실장은 투덜거리면서 차 옆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젠장. 빌런 킬러가 정말 지옥에서 온 놈인가? 어떻게 그 불구덩이에서 탈출할 수가 있지?"

기름까지 뿌려가며 지른 불이라 모든 증거가 타버렸지만, 그렇다고 시체가 남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시체가 나오지 않았다면 탈출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화상을 크게 입었을 테니까 어느 병원에서든 치료를 받겠지."

그가 전화를 걸었다.

"박 국장님? 예. 윤 실장입니다.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하하하. 간단한 일입니다."

윤재철은 약속을 잡고 이동하다가 문뜩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잠깐. 송성구의 차에는 위치추적장치가 있었는데…."

그건 차우진이 달아놨다. 상대가 송성구를 미끼로 쓰려는 걸 알고 일부터 찾기 쉽게 달아놨다.

"빌런 킬러가 살아있다면 혹시 내 차에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윤재철이 차를 한강 공원으로 몰고 갔다. 그는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운 후에 엔진룸을 열고 배터리를 분리했다.

그런 후에 탐지기를 작동시켰다. 예전에 라이프레인 제약의 백희선이 쓰던 것과 비슷한 탐지기였다.

"뭐야. 없잖아. 내가 과민반응했구나."

윤재철이 차를 타고 출발했다.

***

차우진은 윤재철이 차에 붙여놨던 위치추적기를 아까 제거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송성구한테 썼던 위치추적기가 생각나겠지."

아직은 추적기가 발각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각될 수 있다. 그래서 추적기는 제거했다.

"추적기가 없다는 걸 빨리 확인해줘야 좋은데…."

윤재철이 박 국장이란 사람을 왜 만나려는지는 짐작이 갔다.

"화상 환자를 다 조회하려나 본데."

차우진의 몸에는 불똥 하나 튀지 않았다.

"열심히 찾아봐라."

위치추적기가 없으면 윤재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차우진이 새 미끼를 골랐다.

"윤 실장은 지금 어설프게 건드리면 대가리가 눈치채고 대비할 테고."

윤재철이 뒤에 있는 놈은 아직 찾지 못했다. 평창동이나 성북동이 의심된다는 정도만 알아냈다.

"아니면 종로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윤재철만 따라다닐 수는 없다.

적을 어설프게 건드리면 적의 대비만 단단해진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윤 실장의 뒤에 있는 놈이 하이에나를 모아서 생존자 커뮤니티들을 약탈하고 다닌 바로 그 빌런이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대가리는 멸망에 휘말려서 죽고, 살아남은 놈 중에서 새로운 대가리가 나왔을 수도 있지."

그러니 그 빌런을 확실히 처리하려면 의심 가는 놈을 다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잡으면… 초반부터 시선이 지나치게 집중될 테니까."

다시 봐도 남는 건 하나뿐이다.

"하이에나 새끼는 미끼로나 써야지."

김호태 보좌관의 부하인 조신오는 멸망한 세계에서는 하이에나가 된다.

차우진이 조신오가 들어간 술집을 보며 말했다.

"너 당첨."

238. 미끼 IV

국회의원은 보좌관이나 비서는 물론이고 유급 인턴까지 쓸 수 있다. 그 사람들은 별정직 공무원이라서 월급은 정부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사람을 꽂는 대로 월급이 다 나오는 건 아니다. 돈이 나오는 자리의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만약 사람이 더 필요하면 따로 고용해야 한다. 당연히 그 사람의 월급은 정부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회의원 보좌관 김호태를 따라다니는 조신오가 그런 경우였다.

조신오는 김호태 보좌관 대신에 운전도 하고 짐도 나른다. 그는 김호태의 집안일까지 종종 처리한다.

그러면서도 의원실에서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돈을 주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조신오가 술집에서 낄낄댔다.

"우리 의원실 넘버 쓰리가 누구인지 알아? 바로 나야. 나."

옆에 앉은 여자가 야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머. 진짜요?"

"당연히 진짜지."

같이 술을 마시던 놈이 이죽거렸다.

"야. 보좌관이나 비서가 여러 명 있을 텐데 네가 어떻게 넘버 쓰리냐?"

"이 새끼가 이렇게 정치를 모른다."

"내가 정치를 왜 몰라? 너튜브로 많이 봤어."

"국회에 들어가 봤어?"

"어? 아니…."

"거봐. 이 현실을 모르는 무식한 새끼."

"아니,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네가 어떻게 넘버 쓰리…."

조신오가 손가락을 세웠다.

"의원실의 서열 1위가 누구야?"

"국회의원?"

"그럼 2위는? 최측근인 김호태 보좌관. 정치는 라인 싸움이야. 내가 넘버 투의 최측근이란 말이지. 그럼 누가 넘버 쓰리냐? 나야. 나."

"어…. 그렇게 되는 건가?"

"알면 눈 깔아. 이 새끼야."

옆에 있던 여자가 얼른 조신오의 잔에 술을 따랐다.

"오빠. 이거 마시고 나도 한 잔…."

조신오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발신자를 확인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전화 좀 받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넌 나 없을 때 술 버리면 여기 단속 나올 줄 알아."

조신오가 술집 밖으로 나간 후에 전화를 다시 걸었다.

"예. 실장님.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받는 게 늦었습니다."

윤재철 실장이 물었다.

- 시체는? 아직도 안 나왔어?

"불타버린 집에서 잔해를 다 치웠는데도 더 나온 건 없답니다."

- 젠장. 다른 건?

"특별한 단서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 김호태는? 눈치가 어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는 눈치입니다. 이런 청탁이 처음은 아니니까요."

- 넌 김호태 따라다니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보고해. 이번 일은 수당 따로 보냈으니까 챙기고.

조신오가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후에 조신오가 스마트폰으로 코인 잔고를 확인했다. 계좌에 코인이 들어와 있었다. 코인의 가치는 지금 시세로 백만 원쯤 됐다.

"흐흐흐. 돈 벌기 쉽네."

조신오가 들어온 코인에 현금 인출신청을 걸었다.

차우진은 이미 그 술집 근처에 와 있었다. 그는 조신호의 통화 내용을 근처에서 듣고 피식 웃었다.

"역시 저 하이에나는 윤 실장이 보좌관 옆에 붙여둔 놈이네."

***

조신오는 도로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다 일어났다.

"오빠. 더 마시다 가지?"

"내일 출근해야 돼. 내가 없으면 의원실이 안 돌아가거든."

그는 밖으로 나와 길을 걸었다.

조신오는 원래 이렇게 꼬박꼬박 출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할 때는 출근시각은 지켜야 했다. 출근이 늦어져서 잘리면 윤재철 실장이 가만둘 리 없다.

조신오가 술에 취해 골목을 걸어가며 욕을 했다.

"씨발. 그냥 놀고먹고 싶다."

차우진이 말했다.

"야. 나도 그런데. 다 때려치우고 싶지?"

"씨발. 그냥 때려치우면 난 죽…. 어?"

조신오가 뒤를 돌아보았다.

"너 뭐야?"

"강도?"

"뭐?"

"돈 있으면 놔두고 가라. 없으면 돈 되는 거 다 두고 가."

조신오가 실실 웃었다.

"이 새끼 이거 똥오줌을 못 가리네?"

그가 팔을 걷었다. 팔에 문신이 있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이 문신 보면 모르겠냐?"

"스티커냐?"

"이 새끼가!"

차우진이 작은 칼을 꺼내 조우진을 향해 흔들었다.

"됐으니까 지갑이랑 스마트폰을 그 자리에 두고 가라. 아니면 확 쑤셔버린다."

"칼? 이 새끼가 지금 누구 앞에서 칼을….

조신오도 잭나이프를 꺼내려 했다.

"야 이 새끼야. 내 별명이 면목동 잭나이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따라다닐 때는 잭나이프를 소지하면 안 된다. 칼이 있으면 당장 국회에 따라 들어갈 때 문제가 생긴다.

"씨발. 칼이…."

차우진이 성큼 다가가 당황하는 조신오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께엑!"

조신오의 몸이 앞으로 구부러졌다. 차우진이 상대의 턱도 올려쳤다.

"컥!"

조신오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차우진이 자빠진 조신오의 몸을 뒤졌다. 지갑이 하나 나오고 스마트폰은 두 개가 나왔다.

"스마트폰이 두 개네? 일타쌍피인가?"

스마트폰은 둘 다 잠겨 있었다. 차우진이 말했다.

"야. 해제."

"끄으으. 아, 안…."

차우진이 조신오의 목에 칼을 댔다.

"여기 은행 어플 있지?"

"없…."

차우진이 조신오의 지문을 스마트폰에 댔다. 화면이 열렸다.

"있네?"

조신오가 경고했다.

"이, 이 새끼야. 그거 이체하면 너 경찰에 추적당해!"

"네가 죽으면 신고 못 하겠지?"

"어?"

목에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 조신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히익! 사, 살려…."

차우진이 은행 어플의 계좌를 확인했다.

"뭐야? 이 새끼 개털이네? 확 죽여버릴까?"

조신오의 말투가 바뀌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코, 코인이 있습니다. 코인!"

"어디?"

조신오가 대포폰에 있는 코인 어플을 실행했다.

"백만 원?"

아직 현금화되기 전이지만, 현재 시세는 백만 원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좀 낫네. 야. 여기 비번 뭐야?"

칼날이 목에 들어오는데 백만 원 때문에 입을 다물 수는 없다. 조신오가 비번을 즉시 말했다.

"영어 자판으로 조선제일검NO1…."

"미친 새끼인가?"

***

차우진은 강도로 위장해 조신오의 스마트폰과 지갑을 털어갔다.

지갑에는 이름 외에는 쓸 만한 정보가 없었다.

스마트폰은 두 개였다. 은행 어플과 코인 어플이 설치된 휴대폰이 달랐다. 어느 쪽이 대포폰인지는 뻔했다.

"조신오는 월급을 코인으로 받았구나. 가끔 보너스도 받고."

스마트폰의 코인 어플에는 거래 내역도 들어 있었다. 매달 코인이 월급처럼 들어왔다. 이번처럼 추가로 들어올 때도 있었다.

코인을 누가 줬는지는 뻔하다.

"윤 실장도 코인을 잘 쓰네?"

스페인에서 처리한 오필리아는 코인을 이용해 돈을 만들고 신도들을 조종하는 데 써먹었다.

"폭발물도 쓸 줄 알아."

윤재철이 퍼시픽뉴월드파 송성구를 죽일 때 쓴 원격 폭탄은 오필리아의 것과는 구조가 좀 달랐다.

"사고로 위장하려고 불에 타면 흔적이 남지 않는 간단한 걸 썼겠지."

조신오는 코인이 들어오면 모두 현금으로 바꿔 출금했다. 차우진이 양쪽 계좌를 다 확인했다.

"이건 뭐, 내일이 없이 사는 놈이네."

윤재철이 조신오를 국회의원 사무실에 심어놨다는 건 확인했다.

"이제 윤 실장이 어떻게 반응하려나."

***

이튿날 윤재철이 조신오를 찾아갔다. 직접 찾아간 게 아니라 김호태 보좌관을 만나는 척하며 조신오를 슬쩍 만났다.

윤재철이 화를 냈다.

"너 이 새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조신오가 변명했다.

"그게, 어제 강도를 만나서 지갑하고… 실장님이 주신 휴대폰을 빼앗…. 컥!"

윤재철이 조신오를 걷어찼다.

"야 이 새끼야! 그거 잘 관리하라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뭐 들킨 거 있어?"

"아닙니다. 지갑하고 휴대폰만 빼앗겼습니다."

"휴대폰 두 개 다?"

"예."

"이 새끼. 어떻게 강도 따위한테 당해?"

조신오가 변명했다.

"칼만 있었어도 안 당했을 텐데,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칼을 놔두고 다녀서…."

"어디서?"

"예?"

"당한 장소가 어디였냐고!"

"술집에서 나오다가 그 근처에서…."

윤재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이 새끼. 갈아치울 수도 없고."

국회의원 사무실에 어렵게 심어놓은 놈을 겨우 이런 일로 교체할 수는 없다.

조신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포폰 새로 보낼 테니까 똑바로 관리해!"

"알겠습니다."

윤재철이 돌아서다가 멈칫했다.

"잠깐. 너 내가 준 코인은 뭐로 받아?"

"예?"

"그 대포폰으로 받지 않아?"

"맞습니다."

"이거 느낌이 쎄한데?"

조신오는 강도에게 코인도 빼앗겼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윤재철이 싸늘해지는 걸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것까지 말했다간 내가 죽겠다.'

어차피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다.

'입 다물어야지. 그러면 조용히 넘어가질 거야.'

***

윤재철은 지난번에 송성구의 차에서 위치추적기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걸 미끼로 사용해 빌런 킬러를 죽이려 했다.

그는 그 계획이 실패한 후에 자신의 차를 조사했다. 그때는 그의 차에 위치추적기나 도청기는 없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쪽에 심어놓은 조신오가 어젯밤에 강도를 당했다.

그럴 수는 있다. 아리랑치기나 퍽치기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취객을 노리는 범죄는 곧잘 일어난다.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찜찜한데. 누가 일부러 조신오를 노리고 대포폰을 털어간 거라면…."

제일 먼저 의심이 든 건 당연히 빌런 킬러다.

"아니야. 그 불구덩이에서 멀쩡히 빠져나왔을 리는 없어. 그놈은 살아 있는 것만도 기적이야. 지금 병원에 있거나 은신처에서 붕대 감고 자빠져 있어야 해."

그래도 찜찜했다.

그는 일단 차의 배터리를 분리했다. 그런 후에 탐지기를 사용해서 차량에 위치추적기나 도청기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했다.

나오는 건 없었다.

"그래. 차를 아예 바꿨는데 어떻게 그런 게 나오겠어? 없는 게 당연하지. 이게 정상인데…."

계속 찜찜했다.

윤재철이 배터리를 다시 연결했다. 그 작업을 하는데 어디서 바람이 부는 게 느껴졌다.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는 작업을 마친 후에 운전석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좀 파봐야겠어."

차가 출발했다.

윤재철이 분리된 배터리를 도로 연결하려고 할 때, 차우진은 공간이동 스킬을 사용해 차 밑에 위치추적기를 붙였다.

윤재철이 배터리 연결 작업을 마치고 운전석에 탔을 때는 차우진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온 후였다.

"지금 차를 조사했으니까, 적어도 오늘은 차를 다시 조사하진 않겠지."

차우진이 멀어지는 차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어디를 들르려나."

***

차우진은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면 알리바이를 만들기 좋다. 아파트 1층 현관과 엘리베이터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려면 차유리가 집에 없어야 한다.

차우진이 물었다.

"이 시간에 왜 집에 있냐?"

차유리가 소파에 누워서 인상을 썼다.

"너 내가 쉬는 게 불만이냐? 넌 맨날 놀면서?"

"나도 일한다고."

"아. 그렇지. 이사님이지. 돈 잘 버는 동생아. 오늘은 피자로 하자."

"돈은?"

"직접 구워달라고."

"배달시켜."

"부자 동생이 가난한 누나 구박한다!"

"안 가난하잖아!"

"내 가난은 상대적인 거야!"

"나가서 일해! 민중의 지팡이가 왜 여기 누워있냐!"

"지팡이 너무 쓰면 부러진다. 난 이미 부러져 있…."

차유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녀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어? 윤 선배가 왜 전화야? 불길하게."

그녀가 툴툴대며 전화를 받았다.

"왜요?"

- 차 형사. 퍼시픽뉴월드파라고 알아?

"화장품 회사인가?"

윤재철의 덫에 미끼로 사용되다가 죽은 송성구가 퍼시픽뉴월드파의 두목이었다.

- 알잖아. 왜 이래?

"모르고 싶다."

239. 윤 실장

윤 형사가 휴대폰 건너편에서 말했다.

- 차 형사가 이번에 잡은 놈이 퍼시픽뉴월드가 파는 약을 먹었잖아. 그러니까 어떤 놈들인지 알잖아.

"알아. 내가 그래서 그놈들도 쓸어버리고 싶었는데, 증거가 없네."

- 안 그래도 될 거 같다.

"왜? 누가 돈이라도 먹고 덮어주래?"

- 습격당해서 이미 박살 났다. 다섯이 중상이고, 몇 놈은 도망쳤어.

차유리가 활짝 웃었다.

"와. 그거 진짜 속이 다 시원한 소리다."

- 야. 그래도 우리가 경찰인데 그렇게 말하면….

"그놈들이 망했다는 거 알려주려고 전화했구나? 윤 선배가 좋은 소식을 전할 때가 다 있네?"

- 그런데 붙잡힌 조직원 중에 의식이 있는 놈이, 빌런 킬러에게 당했다고 주장한다.

"끊을게."

윤 형사가 다급히 말했다.

- 차 형사! 이거 차 형사가 담당한 사건이잖아!

"아니지! 나는 약쟁이 딱 한 놈 잡은 것뿐이야! 사건이 달라!"

- 그래도….

차유리가 정색하고 말했다.

"윤 선배. 이번에도 나 부르면 진짜 안 참아요."

- 어…. 차 형사. 나는 안 부르지. 그런데 위에서 차 형사가 사고는 많이 쳐도 일은 잘하니까 부르라고 지시….

"카아악!"

- 저녁은 먹고 와도 돼! 내가 그때까진 둘러댈게!

윤 형사가 전화를 뚝 끊었다.

차유리가 휴대폰을 노려보다가 다시 차우진을 노려보았다.

"야! 네가 나가서 일하란 소리를 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겨우 그 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 리는 없다.

이건 차우진이 퍼시픽뉴월드파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상황의 원인인 차우진이 말했다.

"피자 구워달라고 했지? 냉동시켜둔 도우가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토핑 가득!"

"어. 그래. 치즈도 듬뿍?"

"뭐든 다 두 배로 넣어라."

***

차유리는 피자를 실컷 먹고 그걸로 모자라 스파게티까지 먹은 후에 출근했다. 출근한 시간은 이미 저녁때였다.

차우진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맡기고 TV를 켰다. 그런 후에 스마트폰은 진동 모드로 바꾸고 방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세팅 끝."

차우진이 집에서 나갔다. 들어올 때는 현관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지만, 나갈 때는 공간이동 스킬을 사용해 앞 동 옥상으로 건너뛰었다.

이제 누가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 이 시간에는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만 확인하게 된다.

차우진은 집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유심칩이 없어서 통화가 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켰다.

스마트폰이 주변의 공용 와이파이 신호를 잡았다. 잠시 후에 위치추적기가 지난 몇 시간 동안 이동한 기록이 화면에 떴다.

이동한 경로 중간에 30분쯤 머문 곳이 있었다.

"조신오와 헤어지고 나서, 여기로 바로 갔네?"

***

허름한 동네 낡은 건물 사무실에 세 명이 모여 있었다.

건물은 낡고 사무실도 낡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노트북과 PC는 모두 고성능 제품이다.

그 사무실에는 집기는 별로 없었다. 책상과 의자만 몇 개 있는데 그건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다.

부하가 물었다.

"형님. 윤 실장이 찾으라는 강도 말인데요. 단서도 없이 그런 놈을 어떻게 찾습니까?"

"뭐가 어려워? 강도한테 당했다는 놈도 좀 따라다니고, 그 주변 CCTV도 조사하고, 그 여배우 휴대폰에 해킹 코드도 심어야지."

진소영은 지난번에 빌런 킬러를 잡는 미끼로 사용됐다. 그래서 윤재철 실장은 국회의원 사무실의 조신오를 조사할 때 진소영 쪽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형님. 그렇게 해서 찾아지면 그놈은 우연히 만난 강도가 아니라는 뜻이잖습니까?"

"그렇겠지."

"이번엔 느낌이 싸합니다. 아까 윤 실장 표정이 안 좋았는데…."

"윤 실장이 시키는 일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래? 싸해도 해야지. 그 여자를 납치해서라도 알아내라잖아."

옆에서 PC로 작업하던 놈이 쓱 끼어들었다.

"형님. 일단 납치하면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흐흐."

두목도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빽 하나 없는 신인배우고 뒷감당은 윤 실장이 해준다잖아. 그러니까 말을 안 들으면…."

갑자기 사무실 전기가 나가면서 내부 등이 꺼졌다.

"어?"

노트북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일반 PC와 장비는 모두 꺼졌다.

PC로 작업하던 부하가 소리를 질렀다.

"아, 씨발. 작업하던 거 다 날아갔다!"

"그러게 노트북을 썼어야지."

"씨발. 서울에서 정전이 왜 되냐고!"

이 사무실은 창문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다. 그래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지만, 안에서도 밖이 보이지 않는다.

부하 중 하나가 창문을 열어 밖을 확인했다.

"어? 형님. 이 건물만 전기가 나갔나 본데요?"

"왜 여기만 나가?"

"모르겠습니다."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따라왔다.

"관리실입니다. 전기실에 고장이 나서 여기만 잠시 정전됐습니다."

PC로 작업하던 부하가 문을 벌컥 열었다.

"씨발! 내가 작업한 거 어떻게 책임질…. 어?"

차우진은 복면과 모자를 쓰고 있었다.

차우진이 말했다.

"야. 이 건물은 작아서 경비실만 있고 관리실은 없더라?"

"너 누구…."

"저승사자."

차우진이 체중을 실어 부하를 걷어찼다. 부하가 뒤로 날아가 책상에 처박혔다.

"켁!"

차우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이 새끼들. 선 넘네."

그는 이놈들이 조금 전에 무슨 대화를 했는지 들었다.

"뭐? 무슨 선을 넘…."

차우진이 노트북을 쓰던 부하도 걷어찼다.

"컥!"

옆에 접이식 철제 의자가 두 개 있었다. 그중 하나를 들어 방금 걷어찬 놈을 내리쳤다.

"니들이 더 잘 알겠지!"

"으악!"

두목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저, 저 새끼 조져!"

차우진이 책상을 밟고 뛰어 올라갔다가 두목을 향해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케에엑!"

두목이 뒤로 날아가 캐비닛에 처박혔다.

"네 부하들은 다 자빠져 있는데 뭘 조지란 거냐? 그런 거 시킬 시간에 네가 덤볐어야지."

처음에 문을 열었다가 걷어차인 놈이 책상을 잡고 일어나더니 서랍을 허겁지겁 열었다.

서랍 안에는 전기 충격기가 있었다. 부하가 전기 충격기를 꺼내 스위치를 켜며 소리를 질렀다.

"죽여버린다!"

차우진이 그놈을 향해 성큼 다가갔다. 그놈이 충격기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느렸다. 동작에 날카로움도 없었다. 그렇게 손을 내밀면 붙잡기 쉽다.

차우진이 상대의 팔을 잡아 거꾸로 꺾었다.

"어? 어?"

전기 충격기가 그놈의 몸에 닿았다. 스파크가 튀었다.

"끄으으으으!"

적이 부들부들 떨면서 나자빠졌다.

차우진이 전기 충격기를 빼앗아 확인했다.

"야. 이거 사용 흔적이 있다? 전에는 누구한테 썼냐?"

두목이 캐비닛에 처박힌 몸을 겨우 일으켰다.

"누, 누구야. 너 누군데 갑자기…."

"너네한테 코인이 좀 있다며?"

두목의 눈이 흔들렸다.

"뭐?"

"맞네. 정치판에 있는 놈 말이라서 안 믿으려고 했는데, 사실이었어."

정치판이라는 말에 두목의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설마…. 조 비서?"

윤재철은 오늘 이곳에 들러 조신오를 턴 강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차우진이 말했다.

"그놈이 그러는데, 너네한테 가면 코인이 더 있다더라?"

조신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 그 새끼가 배신을…."

차우진이 지시했다.

"조 비서에게 코인 전부 보내."

"그건 어렵…."

차우진이 의자에 맞아 쓰러진 놈을 전기 충격기로 지졌다.

"끄아아아!"

"살고 싶으면 보내야지?"

"히익! 계, 계좌를 모릅니다!"

차우진이 조신오의 스마트폰을 꺼내 코인 계좌를 보여주었다.

"자. 이제 알지?"

***


next chapter
Load failed, please RETRY

Status de energia semanal

Rank -- Ranking de Poder
Stone -- Pedra de Poder

Capítulos de desbloqueio em lote

Índice

Opções de exibição

Fundo

Fonte

Tamanho

Comentários do capítulo

Escreva uma avaliação Status de leitura: C27
Falha ao postar. Tente novamente
  • Qualidade de Escrita
  • Estabilidade das atualizações
  • Desenvolvimento de Histórias
  • Design de Personagens
  • Antecedentes do mundo

O escore total 0.0

Resenha postada com sucesso! Leia mais resenhas
Vote com Power Stone
Rank NO.-- Ranking de Potência
Stone -- Pedra de Poder
Denunciar conteúdo impróprio
Dica de erro

Denunciar abuso

Comentários do parágrafo

Login